떠오르는 무지개 색은?
아내가 숏츠를 보다가 물었습니다.
“자기야, 날 생각하면 무지개 색 중에 어떤 색이 떠올라?”
“빨강”
아내가 알 수 없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왠지 느낌이 잘못된 대답을 한 것 같습니다. 빨강하면 정열, 섹시 아닌가?
아내의 반응을 보고,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답글을 보니 “빨강”을 말한 남편은 아침밥 없다는 글도 적혀있었습니다. 아내들은 대부분 주황색이랑 보라색을 답하길
원한다는 글도 보였습니다.
“난 빨강색을 좋아해.”
“알지. 그런데 날 생각하면 떠오르는 색인데? 내가 좋아하는 색을 떠올려야 하는 거 아니야? 보라색 좋아하는 것 알잖아? “
“이건 테스트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빨강이 섹시한 여자 아니야? 빨강 립스틱, 빨강 스포츠카. “
“그냥 재미로 하는 건데 뭘. “
“보라색이라고 대답할 걸 그랬네. 그런데 정말 좋아하는 색을 고른 것뿐이야. “
“알아. 그래도 주황색이나 파랑색이라고 답했으면 했지. “
주황이랑 파랑은 결이 다른데, 주황은 보라랑 결이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황은 애인 같은 마누라이고, 파랑은 편안한 사람입니다. 굳이 아내와 저의 현재를 정의한다면, 애인 같은 마누라보다는 편안한 사람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 봅니다. 그녀와 만날 시간을 기다리며,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데이트를 준비합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고,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한 계획을 준비합니다. 시작하는 연인이 공포 영화를 함께 보면, 무서움으로 인한 심장 박동이 상대에 대한 호감으로 인지한다는 글을 보고, 영화를 예매합니다. 영화를 보고 한층 가까워진 모습을 기대하고 들어갔지만, 피곤했던 그녀는 영화가 시작되고깊은 잠에 빠집니다. 계획은 물 건너가고, 무서운 장면도 보질 않으니 두근거림도 없었습니다. 그 또한 하나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서로를 더 알아가고,그런 시행착오가 줄었습니다. 사실 저도 아내도 공포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공포 영화를 보겠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아내도 당시에 제가 그 영화를 보고 싶어서 선택한 줄 알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서로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와 함께 커피 한 잔을 하며,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그리고 항상 어딜 가든 손을 잡고, 다닙니다.
배우자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무지개 색은 어떤 색인가요? 테스트의 결과는 잘 맞나요? 저는 아내가 재미로 물어본 질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연애할 때의 설렘도, 함께 할 때의 편안함도 모두 당신인 거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