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상사가 좋다

능력은 기록에 남고, 인성은 마음에 남는다

by 구쓰범프

후배 A 부부와 함께 저녁 식사 자리에 앉았다.

집 사람이 A 부부를 가리켜하는 말 "두 분은 말씀을 듣다 보면 정말 선하신 분들 같아요" 나도 덩달아 A가 얼마나 착하고 멋진 사람인지 거든다.


A는 직장생활을 하며 임원까지 했으니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지만, 그를 험담하는 소리를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다. 참으로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나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강해서 상대방도 나에 대해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A와 같은 심성을 가진 사람이 늘 부럽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사람들이 조직에서는 '독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되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A도 그런 세간의 편견을 피해 가지 못했다. 너무도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인성만 보고 '일도 착하게 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는데 그런 빈틈을 파고들 때면 사회가 참 매정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어쨌든 A는 예상보다 조금 이르게 회사를 떠났다.


압권은 그의 이후 태도다. A는 누구에게도 서운하단 표현을 하거나 아쉬움을 나타내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움을 말하고 자신보다 남들이 더 뛰어남을 입에 달고 산다. 요즘도 그를 만나고 돌아올 때면 나는 늘 반성 모드다. 언제나 A와 같은 인품을 가지게 될까 하고 말이다.




손흥민 선수가 10년을 뛴 영국 토트넘을 떠나 미국 LAFC로 이적을 하면서 그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물론 그가 이룬 축구선수로서의 성과가 엄청났기에 이런 인기를 구가하는 것이겠지만, 여기에 그의 남다른 인성도 한몫을 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수많은 스타들이 존재하지만 손흥민처럼 꾸준하게 미담을 이어가는 사람도 드물다. 어떻게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토록 많은 감동을 주고 사랑을 받는지 부럽고 존경스러울 뿐이다. 만일 이것이 의도된 선행이거나 팬을 의식한 가식적인 행동이었다면 벌써 그 실체가 드러나고도 남았을 세월이다.


우리가 아는 또 다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능력 면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선수다. 발롱도르를 여러 차례 수상하며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인성 문제로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 경기 중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과도한 항의를 하거나, 팬을 향해 무례한 제스처를 취하는 장면은 그의 실력과 별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물론 호날두도 기부와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선행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순간적인 오만함과 감정 절제가 안 되는 장면들은 그의 위대한 기록에 종종 흠집을 남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세상 어느 분야에나 존재한다. 1등을 하거나 우승에 크게 기여하는 선수는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능력과 인성을 함께 갖춘 사람을 만나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 그것은 능력이 발휘될수록 사람도 덩달아 오만해지거나 본분을 망각하는 상태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보통의 인간에게 당연한 본성일지도 모른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엔 괜찮았던 사람도 능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예전의 그와 다른 사람이 되어 간다. 성과를 중시하는 경쟁사회에선 '능력이 곧 인격'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인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그래서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보다 남을 밟고 일어설 만큼 독하고 인정사정없는 자가 조직에서 성공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회사도 사람이 사는 세상인데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오늘 우연히 여러 사람이 보는 SNS에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경험을 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 함께 일했던 상사가 일은 잘했지만, 인성은 너무 안 좋았던 기억을 소환해 험담을 쏟아내고 있었는데 갈수록 표현이 곱지가 않다. 게다가 댓글엔 그를 아는 또 다른 사람의 동조 글까지 달려 있다.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았으면 퇴사 후에도 공개적으로 비난을 할까 싶어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어서 글쓴이를 무조건 비난만 할 수도 없는 심정이었지만 마음 한편은 왠지 쎄한 기분이다. 우연히 열어본 SNS에서 하필 이런 글을 만나다니... 한동안 가슴을 진정할 수가 없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일도 잘하고 인성도 좋고 모든 걸 다 갖추고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만나기가 쉽지 않고 둘 중의 하나만 갖추고 있어도 우리는 훌륭한 사람으로 치부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은 둘 중의 하나를 갖췄을 때 다른 하나는 소홀히 한다.


특히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들 중에는 인성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성과만 달성해도 충분한 보상과 칭찬을 듣기 때문에 굳이 인성까지 갖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그 사람을 더욱 더 성과지상주의자로 몰아간다.


그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날은 회사를 떠난 이후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이 쌓여 버린 뒤다. 현역 시절에 잘 나가던 사람들 중에 말년을 외롭게 보내는 사람은 대개 이런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모두가 정상에 설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자리에서든 인성을 지킬 수는 있다. 세상은 능력 있는 사람보다 인성이 좋은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한다. 능력은 성과로 한 시대를 풍미하지만, 인성은 사람의 마음에 새겨져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한 선배가 내게 해 준 말이 있다.

'정상은 평평하지 않다'라고

정상에 오를수록 내려 올 시간이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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