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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싶었던 그 한 마디]

15. 최종 평가

by 아피탄트

2024년 3월 5일


치료 종료 후 첫 외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병원을 옮겼다.

마지막 치료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외래진료를 보게 되었다.

병원이 바뀌고 진료실이 바뀌었지만, 교수님은 늘 같은 모습으로 여쭤보신다.


"그간 별 일 없었나요?"


"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웃으며 대답할 수 있게된 나.


이어서는 영상 검사 및 최종 판정 스케쥴을 잡았다.

영상 검사로는 CT와 PET/CT 촬영을 한다.


- 3월 20일(수): 채혈 및 영상검사

- 3월 26일(화): 최종 판정


치료종료 후 6~8주가 지난 시점에 최종적으로 치료가 잘 되었는지를 판단하므로, 적절한 시점에 예약이 되었다.


짧은 진료 후 마지막으로 나가면서 교수님께 여쭤봤다.


"저 이제 날 음식을 먹어도 될까요?"


"네. 그간의 회복탄력성을 봤을 때 이제 드셔도 문제 없겠네요."


며칠 뒤 점심으로 스시를 먹게 되었는데, 첫 점을 먹을 때 참 울컥했다.

원래 이런 맛이었는데 그 동안 내가 잊고 있었구나.



2024년 3월 20일


채혈 & CT 촬영 & PET/CT 촬영


CT 예약시간은 11시 30분.(오전 타임이라 전 날 저녁 식사 후 금식유지)


촬영 두 시간 전에 채혈을 먼저 해야하므로 9시 경에 병원에 도착했다.

채혈을 위해 찌른 바늘은 마지막이라 그런지 유독 아팠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혈관을 내주었다.


이후엔 CT 촬영실로 가서 조영제 투여를 위한 라인을 잡았고,목과 흉부 두 군데 CT 촬영을 했다.

지난 중간평가 때는 항암제의 영향이 남아있을 시점이라 조영제 투여 후 구역감을 호소했었는데, 이번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촬영이 끝났다.


이어서는 PET/CT 촬영.

원래 예약시간은 1시 40분이었지만, CT 촬영이 끝나는대로 PET/CT 촬영실로 갔더니 바로 검사를 하게 해주셨다.

12시 반 무렵, 포도당 유사물질인 FDG를 주입 후 한 시간 정도 가만히 누워서 대기했다.

이후 촬영 전 소변을 보고 검사실로 향했다.

검사에 20분 정도 소요됐고, 다 끝난 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2024년 3월 26일


최종 평가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긴장이 됐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에 오늘이 최종 평가라고, 병원도 안암으로 옮겼다고 알렸다.

이어서 돌아오는 어이없지만 웃음이 나오는 답장


"오 안암에서 안 암 판정 받겠네."


덕분에 마음이 가벼워졌고, 잠시 후엔 진료실의 간호사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중간 평가 결과가 좋았기에, 이번에도 역시 좋은 결과가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진료실로 들어갔다.

(물론 마음 한 켠엔 혹시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결과는 기대했던 완전관해, 교수님께서 환한 얼굴로 말씀해주셨다.


"깨끗하게 없어졌네요."


치료 전의 영상과 이번에 촬영한 영상을 비교하며 설명해주셨고, 그제서야 나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1년 간은 3개월에 한 번, 그 다음 1년 간은 4개월에 한 번씩 보자고 하셨다.

다음 추적 관찰은 3개월 후인 6월 25일.


추가로 케모포트 제거 시술 일정까지 예약을 잡고 나왔다.

4월 1일 오전 10시.



듣고싶었던 그 한 마디


아마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듣고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완전관해, 혹은 완치일 것이다.

나 역시 그 한 마디를 듣자고 이 긴 시간들을 견뎌냈다.

그리고 교수님 입에서 완전관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늘 어떤 일의 끝은 곧 새로운 무언가의 시작이라 생각해왔는데, 이제 치료가 끝났으니 다시 일상이 시작될 것이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두렵진 않다.

혹여나 최악의 경우 암이 재발해 다시 치료를 해야된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이겨낼 준비가 되어있다.


긴 터널을 지난 후, 다시 터널의 출구를 바라보며 얘기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터널 한 가운데 쯤에서 지쳐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출구가 여기라고 빛을 비춰준 분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 덕분에 무사히 터널을 빠져 나올 수 있었고, 지금의 나는 터널 안에 있던 나보다 훨씬 더 단단해졌다.


감사한 마음을 평생 잊지 않고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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