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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Apr 29. 2024

글쎄

그냥 일기

사랑, 행복, 아침 등의 주제로 글을 쓰라고 했다.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매일 아침 맞는 그 아침과 맛있는 밥을 먹을 때 느끼는 행복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그 사랑.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나 아침처럼 누군가에겐 보기 힘든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난 무엇으로 글을 써야 할까. 글쎄. 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가 있다. 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을 더할 나위 없이 즐기고 있다고. 너무 행복해서 불안하고 무서울 때도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건 내가 천성이 겁쟁이여서 그런 탓이니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은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이다. 성별만 다른 나 같다. 그렇다고 같다는 뜻은 아니다. 결이 비슷한 사람일 뿐 나와 같진 않으니까. 자꾸 이 단순한 진리를 난 까먹고는 실수하고는 한다.


자꾸 그 앞에선 애가 되어버리는 내가 밉기도 하고 매일 아침마다 내가 먼저 연락하는 거 같아 슬프기도 하지만 이 또한 사랑의 감정 아닐까. 사랑을 학습한다는 모순된 말이 나에겐 너무 적절해서 요즘은 사랑을 배우고 있다. 사랑을 배우고 행복을 느끼고 글을 쓰고 그게 내 하루이자 루틴이다. 


두서도 없는 글을 이렇게 찍어내고 있다.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물으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냥 이런 게 삶이라고 생각한다. 두서없고 무슨 말인진 모르겠고 아무 말이나 내뱉으면서 그렇게 하루가 쌓여 일상이 되고 삶이 되니까.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리고 우린 그 계절 동안 사랑과 행복과 아침을 반복해서 보거나 느낄 거다. 또는 지나갈 거다. 다음 날 다시 아침이 뜬다는 걸 알지만 전날의 아침을 보고 싶어 하기도 할 거고. 그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하고 모자라서 사랑할 수 있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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