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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이쁜 학생이 없어야 한다

그냥 일기

by 수호


7일엔 회식을 했다. 처음 대면한 선생들이 많았다. 작은 학원이어도 선생들을 한 자리에 불러 놓으니 꽤나 많았다. 참치 집에 갔다. 참치가 부위마다 다르다곤 들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먹은 건 처음인 것 같다.


참치 머리를 갖고 와서 해체(?)하는 모습도 사장이 보여줬다. 사장은 유쾌했다. 사람이 저렇게 인싸일 수가 있을까. 그리고 컨셉이 확실했다. 남자인 내가 인사하자 안 받아줬다. 여자 선생한텐 에버랜드처럼 두 손을 흔들어주는데.


1차를 끝내고 원장 선생은 우리에게 카드를 주고 갔다. 2차를 가라고. 그렇게 택시를 타고 떠나는 원장 쌤의 뒷모습은 멋있었다. 사실 술을 자꾸 강요해서 좀 싫었는데.


오랜만에 청하와 맥주를 마신 것 같다. 청하 안에다가 금가루를 뿌려서 주기도 했다. 사실 예쁘긴 했지만 맛은 다르지 않았다. 2차론 금별맥주를 갔지만 사실 거의 마시거나 먹진 않았다. 이미 배가 부르기도 했고 뭐랄까 나는 목이 말랐다. 약간 좀 느끼함을 없애고 싶은 느낌이랄까. 탄산 같은 거로 넘기고 싶은 그런 목마름? 이건 목마름이 아닌가. 뭐라고 해야 하지 그럼?


학원 선생이 한 자리에 모이자 학원생들 얘기였다. 학생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소위 문제아에겐 가정의 불화나 문제가 있었다. 결핍은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걸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정말 예리한 결과였나. 여러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비가 내렸다. 비가 주륵주륵, 싫다. 아침부터 연구 회의도 싫었고. 집에 오자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우리 빌라에 새끼 고양이가 들어왔다. 벽에서 울고 있던 게 일주일 전 쯤인 듯한데 이제는 빌라에서 터를 잡았다. 문제는 우리 빌라에 이미 고양이가 살고 있다는 거였다. 어미냥은 1-2달 전에 새끼를 잃은 경험도 있는 친구였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건 그 어미냥이 새로운 새끼냥을 받아주는 건데 그게 가능할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신기한 건 어미냥이 새끼냥을 유심히 쳐다보는 거였다. 정말 유심히. 혹여나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러질 않았다. 뭘까, 모성애일까. 그렇지만 자기 새끼는 아닌데. 어미냥은 새끼 다섯을 낳았고 그중 셋을 파양 보냈고 하나는 잘 모르고 하나는 죽었다.


새로운 새끼냥은 사람 손을 탔다. 이미 중고등학생들이 눌러 붙어서 만지고 있었다. 어미는 찾아오질 않은 듯하다. 놀랍게도 새끼냥은 생후 2-3달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동물권동아리 학생에게 들었다. 우리 빌라에 동방을 뒀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 임보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내가 쉽게 거절을 못하자 자기가 모래도 캣타워도 심지어 돈도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17선배와 닮았다. 그 선배도 동물권 동아리에 들어간 선배였다. 고양이 같은 분이어서 친하질 않았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새끼냥은 나에게도 왔다. 사람을 겁내지도 않고 먼저 다가오다니. 자꾸만 나에게 몸을 부볐다. 갸날픈 울음소리는 동네까지 퍼져나가지 못했고.


학원에선 여러 생각이 오간다. 이젠 조금 방법을 터득한 것 같기도 하다. 교수자가 그랬다. 선생은 자상하지만 카리스마 있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절대로 밀리면 안 된다고 했다.


정말 여러 생각이 든다. 나의 교육은 너무 이상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자유로운 공부는 불가능한 것 같았다.


스탠드업코미디 구글폼 이벤트가 있었다. 그런데 초대가 되었다. 근데 내일. 1매만 주지 왜 2매를 줘서.. 누굴 불러야 할 것 같잖아. 인스타에도 올려 봤지만 딱 한 명에게 연락 왔다. 물론 내일이라는 시간 때문인지 답장이 더는 없었다.


선생님에겐 예쁜 학생이 없어야 하는 것 같다. 모르겠다. 그냥 최소한 나는 그러고 싶다. 누구를 편애한다고 느끼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근데 그게 그렇게 보일까, 사실 이 또한 너무 이상적인 생각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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