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5
장마가 오는 여름이다. 어젠 뇌우가 온다더니 어쩐지 날씨만 쨍쨍했다. 빨래를 돌릴까 말까 고민을 종일 했는데 의미가 없어졌다. 어젠 장내기능주행을 보러 갔는데 가속구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 패했다. 솔직히 화가 났다. 시험장 가면 2만 원이면 되는 걸 학원에선 55,000원, 59,000원이나 받아먹으니까. 어쩐지 학원이 날강도 같다고 느껴졌다. 학원에서 면허를 딸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 이거는 돈만 밝히는 거니까. 강사를 누구 만나는 것도 중요한데, 처음에 만난 강사는 에바였다. 은근슬쩍 반말하고 소리 높이고.
땀이 비처럼 내리는 게 너무 싫었다. 그럼에도 이 햇볕이 내일부턴 그리워지겠지 싶어서 오래 걸었다. 옥수수 3개에 5,000원에 파는 데를 갔다. 왜 이렇게 줄을 서서 먹는 걸까. 노원구민의 전당 옆에 있는 이 옥수수 집은 여름이면 항상 줄이 길다. 맛집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맛집일 거다. 중계역 돌다리 떡볶이에 비견할 줄이니까.
오늘도 비가 예정되어 있는데, 비가 오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너무 귀찮다. 덜 마른 빨래처럼 침대에 누워있다. 축 처진 채 고개만 돌려서 휴대폰을 본다. 그러다 주간일기 챌린지를 봤다. 예전에도 비슷한 걸 했던 거로 기억한다. 네이버 웹툰에서 광고하는 걸 봤다. 아마 자까님의 독립일기였나 대학일기였나. 넷플릭스를 결제했고 유튜브에서 진용진의 없는 영화를 봤다. 넷플릭스에선 안나수나마라를 보고 싶었던 건데 내 취향이 아니다. 그래서 <노트북>,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영화를 봤다. <불도저를 탄 소녀>도. <귀멸의 칼날>이 재밌다고 하니까 볼까 하는데 아직 고민 중이다. 요즘은 경춘선 철길 카페에 가서 <슬램덩크> 보는 것에 빠졌다. 이미 그곳에선 <헬퍼>를 정독했다. 현미녹차 티백을 1,000원에 파는 곳인데 자릿값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그래서 이 더운 날에도 뜨거운 녹차를 시켜 식힌 뒤 먹는다. 생각보다 괜찮다. 중국에선 시원한 음료를 잘 먹지 않는다고 들었다. 시원한 콜라를 달라고 말해야 하지 그냥 달라고 하면 우리가 아는 따뜻한 차가 나온다고. 건강을 생각하면 얼죽아나 '아아'가 아닌 따뜻한 음료가 맞긴 하다.
카페인을 채우면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 물론 수험생 시절엔 1일 1 핫식스를 복용했었다. 대학에 와서도 스누피 커피 우유를 마시고 그랬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커피 한 잔만 마셔도 밤에 영향이 간다. 빽다방에서 파는 1L '아아'를 마시는 학원 아이들이 존경스러웠다. 난 어째 나이를 먹을수록 애가 되가는 기분이다. 나이를 안 먹는 건가. 그럴 거면 정신 말고 신체가 좀 먹질 말지.
머리가 덥수룩하다. 뒷머리가 땀에 젖는다. 반대인가. 어쨌든. 이 날씨에 장발을 하고 싶다고 설치는 것부터가 잘못된 거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 기른 게 아깝다. 물론 내가 말하는 장발은 이동욱님의 리프컷을 뜻한다. 장발까진 아니지만 남자의 기준에선 충분한 장발이다. 이마에 자꾸 땀이 맺혀서 요즘엔 너무 힘들다. 마스크를 쓰는 실내일 경우 마스크가 젖기까지 한다. 어제 운전 연습 중엔 충분히 흥건한 티셔츠와 마스크가 그 증거였다. 요즘은 화물차도 오토로 나온다는대 왜 학원에선 클러치가 달린 수동 트럭을 가지고 연습시키는 걸까.
돕덕의 <My Way> 앨범을 들으면서 쓰다 보니 글이 어느 정도 써진 거 같다. 독립출판사 마저의 <에세이라니>에 참여하는 날이다. 마저 출판사는 <고라니라니>로 대박을 친 곳인데 이번에 <백석이라니>도 펀딩 하루만에 500만 원을 찍었다는 인스타를 보았다. 독립출판사가 잘 되는 경우는 봤지만, 롱런하긴 정말 힘든데. 물론 아직은 롱런이라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굉장히 잘 나간다는 느낌을 적잖이 받았다.
문예창작학과 일명 문창과에 다니면 많이 듣는 질문은 책과 관련된 거다. 책 좋아하나, 책 읽은 거, 기억에 남는 거, 이거 읽어봤나, 저건. 일단 책을 안 좋아한다. 타과생에 비해선 많이 읽는 것 같긴 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 평균 독서량을 생각하면 하릴없다. 많이 읽는 거로 하자. 수업이 책 읽고 그런 거니까. 그럼에도 좋아하진 않는다. 좋아한다는 개념이 사실 나에겐 애매했다. 뭐 먹고 싶어, 뭐 좋아해 등은 내게 어려웠으니까. 나이를 먹고서야 아, 녹차요 이렇게 말하게 됐다. 그냥 먹고 불호가 아니면 좋아한다가 개념으로 박혔다. 카페에 가서 음료를 먹고 싶으니까 녹차라떼를 달라고 한다. 물론 카페인이야 있지만 커피보단 덜 하니까. 그리고 맛있다. 이게 좋아한다는 거지. 어쨌든 음식도 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식이 좋은 건 속이 편하다. 값도 착한 거 같고. 느끼한 건 물린다. 사실 이렇게 좋고 싫고가 분명한 거를 옛날엔 쉽게 정의 내리질 못 했다. 뭔가 커다랗고 거창해야 하는 줄 알았다. 좋아한다라고 하면 그걸 달고 살고 그런. 편의점에 가면 그것만 사고.
글을 길게 써봤자 누가 읽을까 싶다. 일기니까 누가 읽지 않는 게 오히려 좋은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