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줘요!
제목 그대로 오늘은 내 생일이다. 친구가 없는 터로 평소에 카톡에 메세지가 오지 않는 데 오늘따라 메세지가 많았다. 물론 지극히 내 기준에서다. 오늘 촬영이 있었던 터로 카톡을 자주 보질 못 했는데, 그럼에도 축하를 남겨준 사람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생축
딱 두 글자만 보내는 친구도 있었는데, 한결 같다. 어쩌다 카톡 봤다가 생각났는 걸까. 사실 오랜만에 연락 온 사람들이 많았다. 누구였지, 싶다가 카톡 프로필을 보면서 떠올렸다. 아,
미역국을 8시에 찍어보낸 엄마의 카톡. 미역국을 꼭 먹으라고 했는데, 약속 못 지켰네. 약속. 지키지 못할 약속을 어느 순간부터 하게 된 것 같다. 이런 사소한 것부터 거짓말하기 시작하면 안 되는데. 안 되고 되고를 누가 정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직하게 살면 복이 올 텐데.
줌 실시간 발표가 있었다. 오늘 발표는 해야하는데 촬영은 늦어지고 있고 심지어 나로 인해 딜레이된 촬영에 할 말이 없어지고. 오늘 내 자존감은 바닥을 찍었다. 계속되는 실수로 할 말이 없었다. 무엇보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반응하지 않는 몸이 답답했다.
촬영 후 고기로 자존감을 채웠다. 이차돌은 맛있었다. 역시 사람은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 고기는 언제나 옳고
자취가 너무 하고 싶다. 룸메의 탓은 아니지만 전적으로 룸메의 탓이다. 아이러니함 이전에 나의 예민함은 남들과 동화되기 쉽지 않다. 생일이라고 말해도 축하한다고 말도 안 해주는 건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바라는 걸까.
하루가 길었는데 너무 짧다. 오늘따라 문장이 모순된다. 내 기분처럼.
촬영은 재밌지만 고되다. 촬영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그렇기에 힘들다고 말할 수가 없다.
급하다. 조급하다. 내가 이런 성격이라서 연인을 만나도 오래가질 못 하는 걸지도 모른다.
덥다. 왠지 모르겠는데 방은 너무 덥다. 환기가 안 되서 진짜 더운 것도 있는데, 열이 난다.
모기를 네 마리나 잡았다. 나 혼자만의 더움은 아닌 걸까.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비가 오면 축 쳐진다. 나도 쟤도 모두. 이 기분을 뭐라고 형용할 수 없을 것 같다. 브런치는 자꾸만 작가 신청을 거절하고 있다. 솔직히 나도 플랫폼에 글 쓰고 싶지 않다. 근데 어떡해,, 인스타그램처럼 사람들이 많이 쓰는 걸.
오늘의 일기도 부정적이다. 생일 날 기쁜 하루가 되라고 하는데, 그래서 기쁘게 보냈,, 그런 노력은 안 했지만 아무튼.
수업에 한번도 이유없이 지각한 적도 결석한 적도 없었다. 오늘은 지각일까, 결석일까. 무사히 발표도 마쳤지만 내가 봐도 아무 말이나 했다. 그냥 대본 보고 읽기나 할 걸. 대본을 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가 왔는데 너무 초라하다. 예비군에서도 축하 문자가 왔는데, 뭐,, 어쨌든 고마운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