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제 Jun 15. 2023

네가 생각날 때 마다 썼던 시

[04] 다섯 번째 장 ( question )




질문을 던지기 전에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이렇게 말하면 체감이 될까.

너에게 질문하고 싶었던 것들을 정리하기위해 

글쓰기 버튼 하나만 눌렀는데도

심장이 두근거렸어.


나 진짜 미친걸까.

앞 장에서 그렇게 그만둔다고

안한다고

버겁다고

접을거라고

못한다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이제 알겠지.

네가 이겼어.

내가 널 더 좋아해.








중재자


혹시 말이야.

중재자가 있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거든. 

네가 이 공간에 오기전부터 알고 있던 그 사람 말이야.

나도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인데

어느순간부터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더라고.

너가 나를 설레게 한 시점부터인 것 같은데.

내 착각일까?


네가 먼저 퇴근하고 없는 시간대에

내가 다른 사람과 웃고 있으면

중재자가 으름장을 놓았었거든.

내가 다른 사람과 일정 수준 이상 사이가 좋아보이면

브레이크를 밟으려는 것처럼.

나는 중재자가 내 이름을 그렇게 크게 부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마치 화내듯이 말이야.

나는 그게 경고의 의미임을 알아차렸는데.

내 착각일까?


너는 왜 퇴근하기 직전에 항상 중재자와 밀담을 나누었는지.

중재자가 안보이면 왜 보일 때 까지 찾아다니다가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후에야 퇴근했는지.


너와 내가 만나는 요일이면

왜 내가 출근하는 시간대에 맞춰서 문 앞에 서 있었는지

계단을 오르다가 고개를 들면 남은 계단 위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지

왜 그렇게 웃으며 기다렸다는듯이 나를 반겼는지

내가 출근하기 전에 무얼하다 오는지를

왜 중재자한테 물어본건지

이래도 내 착각일까?









너와 나의 퇴근시간


너 이미 알지?

한번도 이 주제에 대해 대화한 적은 없지만.

나의 퇴근메이트는 두 명이라는 것을.

네가 처음 나를 꼬시던 날, 

너는 할일이 없을 시간인데도 건물 밖에서 기다리는거 봤거든.

담배 피우다가 나랑 눈 마주쳤잖아.

같이 퇴근하는 사람이 너를 가려버려서

아주 찰나의 눈맞춤이었지만.


그 날 이후로 너는 네 퇴근시간에 칼같이 가버렸다.

왜 그날 이후로는 제 시간에 퇴근해버리는지

그때 나 기다린 거 맞는지 물어보고싶다.








지금에서야 든 생각


미쳤나봐. 이 정도면 내가 눈치 0에 수렴한게 아니고서야

아니 말이 안되잖아. 너는 그동안. 너는 그동안.

이렇게 티를 냈는데 내가 몰랐던 거였을까.

그때 몰라줘서 내가 벌 받는 거라고 하면

나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한다.


다 내 잘못이다.







미치겠다


설레서 미쳐버리겠다.

이제는 무섭다.

나한테서 네가 없어지지 않을까봐.

죽을 때 까지 남아서 설레게 할까봐.

이건 뭐 각인도 아니고 낙인도 아니고

언제까지 남아서 나를 괴롭힐까.

나 정말 너때문에 미치겠다.


내가 너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무서움이

이런 의미였을까.

내 본능이 건넨 충고였을까.








너 왜그래?


아니 너 진짜 나한테 왜그래?

왜그러는거야?

이쯤되면 네 목적이

내 심장을 터지게 하는건지

물어보고싶다.








질투


이런 것까지 물어보고 싶진 않았는데.

흑역사가 될 걸 알면서도 쓴다고 나는 미리 고지했어.


우리 단체 사진 찍을 떄 말이야.

너는 첫번째 줄 정중앙에 앉았고

나는 두번째 줄 네 대각선에 무릎을 꿇고서 반만 서 있었다.

내 바로 옆에는 이것저것 포즈를 제안하는 사람이 있었잖아.

너무 귀엽고 웃겨서 나는 고개를 돌려 걔를 빤히 쳐다보며

왜이렇게 웃기냐고 말하면서 웃었거든.

그때 네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줄 몰랐어.

갑자기 네가 잔뜩 뿔이 나서는 


' 아니. 그거 말고. 그것도 별로. 아 진짜 별로. 딴 거. '


나는 네가 일하는 중도 아닌데 그렇게 정색하는 거 처음 봤거든.

그리고선 고개를 휙 돌려서 나를 올려다봤지.

나보다 한참 키가 큰 네가.


' __씨. 포즈 뭐할까요? '


그렇게 올려다 묻는 네 모습이 너무 예뻤어서

나는 애정어린 눈빛을 가득 담아 다시 반문했다.


' 뭐하고 싶어요? '


너는 대답하는 것을 잊어버렸는지 한참동안 내 눈을 바라보았어.

눈도 깜빡이지 않고, 뒤로 올려진 고개가 불편한 것도 모른다는 듯이.

그때 나한테 설렌 건지 물어보고 싶다.

그 전에는 질투를 한 건지 물어보고 싶고.


나는 사실 이때 너에 대한 마음을 

더 이상 양방향이 아닌 짝사랑으로 결론 내리고 추스렸던 때라,

네 앞에서 뚝딱이지 않을 수 있던 유일한 날이였거든. 처음으로 말이야.

근데 그제야 네가 설레버린 것 같아서 너는 그동안 뚝딱이던 나를 보고

무슨 생각해왔을지 궁금해지더라고.


혹시 그동안 내가 너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을까 싶고.

그래서 네가 내 앞에서 알짱거리길 포기했나 싶고.


네가 이 관계에 확신을 얻을만한, 바라던 반응이 있었을텐데 

내가 그걸 못해준 걸까 싶고.

그런거면 내가 너무 미안하니까.

너무 후회되니까.

그래서 물어보고싶었어.








스킨십


이 주제를 언급하는 건 조금 두려워.

글로만 표현하면 네가 변태처럼 묘사될까봐 걱정되거든.

지금의 나는 네가 급했을지언정 가벼운 태도가 아니였단 걸 알아.

솔직히 처음에 네가 나를 꼬실때는

그런 마음으로 접근하나 고민했어.

그래서 나의 신중함이 더 길어졌다.

너에게 닿지 않을 변명이겠지만 말이야.

사람 일은 모르는거니까 언급을 하고 넘어갈게.


너와 나의 본능적인 감각의 존재에 대해 알았지만

대화를 많이 나눠본 적도 없는 아주 극초반에

너는 내 주위를 지나치게 알짱거렸어. 너도 알지.

나는 네가 자꾸만 내 시선에 걸리니까 

부담감에 뭐라도 말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

그래도 거짓말은 하기 싫어서 그날 들었던 생각을 말했거든.

네가 중재자를 통해 나에게 처음 사적인 말을 걸었던 날 말이야.

그때 너는 밝은 금발염색을 한 직후였고,

 나는 네가 금발이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


' 머, 머리가 예쁘시네요. '


나는 아무말도 없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가깝게 붙어오는 너에게

말을 더듬으며 칭찬했다.

 시선은 말해 뭐해. 고개를 훽 돌려서 너를 쳐다보지 않았지.

지금 생각해도 수치스러워서 키보드에 머리를 박고 기절하고싶을 정도거든.

근데 그때 네가 지체없이 곧바로 대답했어.


' __씨는 예뻐요. '


나는 너무 당황해서 너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허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예쁘다는 말에 부정은 해야겠고 나를 칭찬한 너를 부정할 수는 없었기에

나로써는 최선의 리액션이었는데 너한테는 아니였겠지.

대답할 말을 떠올리지도 못했고 떠올렸다한들 말을 더듬을 것 같았어.

내가 말이 없자 너는 내 팔을 주물럭?거렸다.

정말로 내가 느낀 것은 주물럭이란 표현이 적절했어.


지금은 네가 왜 팔을 만지작 거렸는지 알아.

그 이후로도 네가 나에게 설레할 때면

내 팔을 이상하게 더듬는 습관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거든.

시간순서에 따라 네가 내 팔을 만지는 높이가 달라졌다는 것도.

네가 가장 최근에 나에게 설레할 때

내 손목을 이상하게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어.

네가 꽤 예전부터 내 손을 잡고싶어했다는 걸 말이야.


우리는 왜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는 걸까.


내가 유일하게 너에게 뚝딱이지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널 또렷히 쳐다보았던 날.

사진을 찍고 자리가 파한 후 너는 네게 슬며시 다가와서 나를 칭찬했다.

나는 네가 나를 진심으로 위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칭찬한다는 것을 알았어.

거짓된 칭찬은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걸 너는 이미 알았는지,

나도 수긍할 만한 부분을 고르고 골라 칭찬해왔다는 걸 나도 알아.

그래서 나는 그 날, 네 눈을 똑바로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었던거야.

나는 최대한 너를 좋아하는 마음을 진실하게 담은 눈빛으로 대답했다.


' 다 __씨 덕분이죠. '


내 대답을 들은 너는, 나를 예쁘다 칭찬했던 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저었다.

네가 내 의미를 못 알아들은 것 같아서 나는 다시 한번 네 눈을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어.

그제야 내 눈을 내려다본 너는 숨이 멈춘 사람처럼 또 한참 내 눈을 쳐다보았지.

그리고선 훽 고개를 돌리고 어디를 보는지 모를 눈으로 멈춰서서는

나한테만 보여지는 그 이상한 습관이 튀어나와 내 손목 주변을 요상하게 만지작거렸어.

나는 그때 네가 무언갈 엄청나게 고민하고 망설이는데다 아주 급한 상태라는 걸 알았어.

네 손길이 그냥 너무 다급했거든.

아마 네가 말도 안되는 말을 하고 훽 뒤돌아선 이유는 내 표정이 이상했기 때문이었을거야.

네 손길이 너무 급해보여서 이번엔 내가 허공을 바라보며 멍 때렸어.

' 이게... 뭐하는거지? ' 라는 내 황당한 표정을 네가 쳐다보는게 느껴졌으니까.


' 다들 더워서 몸이 뜨겁네요. '


너는 휙 뒤돌아서서 그 말을 하고서는 붙잡았던 내 손목을 놔주었어.

나는 그자리에 그대로 서서 내 팔을 만져보았지만.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알지.

커다란 선풍기 앞에 서 있는 상태였던 내가 팔이 뜨거울 리가 없었다고.

네가 왜그랬는지는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알았어.


나는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눈치채고 용기를 낼 걸.

망설이는 네 손을 잡고선 ' __씨. 내 손은 조금 더 아래에 있어요. ' 라고 말할 걸.

이번엔 내가 너에게 다가갈 걸. 그래줄 걸.

나는 이때를 놓친 걸 지금도 후회하고 있어.









귀엽네요


너는 나에게 이 말을 제일 많이 한 것 같아.

사실 서로에게 긴장감이 있음을 알았을 뿐

친목을 나눌만한 대화는 한 적이 없잖아.

그 묘한 긴장감이 편안한 대화를 가로막았으니까.


그런데도 너는 사람들이 다 있는 앞에서

설명을 하다말고 나를 콕 찝어서 귀엽다고 했다.

불과 이번주에도 그랬지. 


' __씨. 귀엽네요. '


나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눈치보느라 반응을 해주기는 커녕 못 들은 척 가만히 있었어.

미안. 나는 당분간 너에게 사과를 많이 해야할 것 같아. 

대신, 사람들 있을 때 말고 단 둘이 있을 때 표현해주면 나도 이제는 피하지 않을게. 솔직해질게.


네가 내 손을 정말로 귀여워한다는 건 이번주가 되어서야 알았어.

솔직히 나는 그냥 네가 관심은 표현하고 싶지만 티는 내기싫어서

제일 흔한 말을 인용한 것 뿐이라 생각했거든. 진짜로 내가 귀여워서 그런게 아니라.

근데 불과 어제 네가 또. 사람들이 다 있는데서 한명씩 피드백 해주는 척 하더니

내 뒤로 와서는 내 손을 한번 잡고 가버렸다. 

나는 갑자기 닿인 손길에 깜짝 놀라 바보같은 소리를 내었어.


' 으아 - '


내 앞에서 보여주는 네 웃음소리는 좀 설레는 웃음소리라 생각했거든. 

네가 날 꼬신다는 걸 알아차릴 때도 그 웃음소리가 한 몫 했을 만큼.

네가 또 그런 웃음소리를 들려주면서 지나쳐 가더라고. 

그제서야 네가 나를 귀여워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어.

이렇게 신중한 사람이라서 진짜 미안.









너도 귀여워


초반에 너는 불도저 그 자체였잖아.

시간이 흐르면서 내 속도를 인지한 네가

내 손 하나 못 잡아서 안절부절 하던 네가

너무 귀여워서 내가 얼마나 웃었는지 아니.


집으로 돌아와서 늦은 저녁을 먹다말고

하루의 끝에서 샤워를 하다 말고

늦은 새벽 플래너를 쓰다 말고

이른 아침 개인적인 업무를 처리하다말고

네가 너무 귀여워서 얼마나 웃었는지 아니.








작가의 이전글 네가 생각날 때 마다 썼던 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