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와 임차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집 짓기
그간 몇몇 상가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도한 전략이 있다. 건축주와 임차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집 짓기를 위한 것으로,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검토되고 실천되었으며, 그 결과는 유의미하게 검증됐다.
아파트의 평면을 따른다고 해도 입지의 여건과 거주 환경으로 인해 결국 아파트의 아류, 또는 하위 수준일 수밖에 없으며, 주변의 상가주택과 동일한 주거 구성으로는 이른바 시세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단독주택을 닮으려 노력하거나, 주변에 없는 새로운 주거 구성을 시도하는 것이 아파트와 경쟁할 수 있고, 시세에서 벗어나 임대수익을 주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상가주택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도, 임대수익을 높여야 한다.
건축주의 이타심에 기대어 집주인, 임차인 모두가 만족스러운 집 짓기를 기대하는 것은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임대수익이 높아져야 건축비에 투입할 예산을 늘릴 수 있다.
싸고 좋은 집은 없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라도 임대수익을 극대화해 건축의 예산으로 돌릴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앞에 언급한 대로 아파트는 그 획일성의 단점은 있으나, 적어도 외관상 위계가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상가주택은 작은 규모에도 최상층 주인세대, 그리고 그 하부 층에 위치한 임대세대와 같이 그 위계가 확연히 드러난다.
가진 자와 덜 가진 자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천박하다.
계급이 드러나는 곳에서 함께 모여 사는 것은 불가피함이지 자발적인 상황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우린 건축주에게 다양한 방식의 동등함을 구현할 방법을 제안한다. 여러 방법 중 공통된 것은 건축주가 필요 이상으로 누리는 것들을 임차인과 나누는 것이다.
물론 그냥 나누어 주라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에서 언급한 임대수익을 높이는 방법 중의 하나로, 건축주의 욕망과 임차인의 욕망의 접점을 찾는 것이다.
건축주의 수익이 점포에 기대는 바가 크다고 해서 주택이 구석으로 밀려나서는 안 되며, 주택과 점포의 뚜렷한 시각적 분리, 어색한 만남으로 점포를 더 초라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상가주택 사용자의 인식에는 차이가 있다. 거주자는 건물을 주택으로 인식하고 점포 이용자는 건물을 점포로 인식한다. 그러나 그 기능이 다르다 해서 주택과 점포가 별개의 모습으로 따로 또 같이 있기보다는 하나로 보이는 통일된 디자인이 유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