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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Jul 27. 2022

상가주택의 생존 전략

건축주와 임차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집 짓기

그간 몇몇 상가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도한 전략이 있다. 건축주와 임차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집 짓기를 위한 것으로,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검토되고 실천되었으며, 그 결과는 유의미하게 검증됐다.

첫 번째. 아파트의 평면을 닮으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주변의 기존 상가주택과 동일한 주거 구성은 피하는 것이다. 


아파트의 평면을 따른다고 해도 입지의 여건과 거주 환경으로 인해 결국 아파트의 아류, 또는 하위 수준일 수밖에 없으며, 주변의 상가주택과 동일한 주거 구성으로는 이른바 시세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단독주택을 닮으려 노력하거나, 주변에 없는 새로운 주거 구성을 시도하는 것이 아파트와 경쟁할 수 있고, 시세에서 벗어나 임대수익을 주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상가주택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도, 임대수익을 높여야 한다. 

건축주의 이타심에 기대어 집주인, 임차인 모두가 만족스러운 집 짓기를 기대하는 것은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임대수익이 높아져야 건축비에 투입할 예산을 늘릴 수 있다. 

싸고 좋은 집은 없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라도 임대수익을 극대화해 건축의 예산으로 돌릴 수 있어야 한다.


향동 상가주택 '커튼콜'. 리베이터를 배제하고 2층에서 각각의 집으로 출입하는 구조다. 4가구 모두 다락 포함 3개층의 복층으로 구성되며,  옥상 베란다를 가진다. 


두 번째. 아파트와 같은 동일한 거주환경이 아닌, 동등한 거주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먼저 앞에 언급한 대로 아파트는 그 획일성의 단점은 있으나, 적어도 외관상 위계가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상가주택은 작은 규모에도 최상층 주인세대, 그리고 그 하부 층에 위치한 임대세대와 같이 그 위계가 확연히 드러난다.

가진 자와 덜 가진 자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천박하다.

계급이 드러나는 곳에서 함께 모여 사는 것은 불가피함이지 자발적인 상황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우린 건축주에게 다양한 방식의 동등함을 구현할 방법을 제안한다. 여러 방법 중 공통된 것은 건축주가 필요 이상으로 누리는 것들을 임차인과 나누는 것이다.


물론 그냥 나누어 주라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에서 언급한 임대수익을 높이는 방법 중의 하나로, 건축주의 욕망과 임차인의 욕망의 접점을 찾는 것이다.


중화동 골목집은 2층에 주인세대가 위치한다. 엘리베이터가 부재한 상황에서 어린 자녀들을 위한 위치선정이다. 덕분에 4층 임대세대는 다락과 옥상베란다를 가진다.



세 번째. 상가주택은 점포와 주택이 공존한다. 그러므로 공존의 방식, 균형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건축주의 수익이 점포에 기대는 바가 크다고 해서 주택이 구석으로 밀려나서는 안 되며, 주택과 점포의 뚜렷한 시각적 분리, 어색한 만남으로 점포를 더 초라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상가주택 사용자의 인식에는 차이가 있다. 거주자는 건물을 주택으로 인식하고 점포 이용자는 건물을 점포로 인식한다. 그러나 그 기능이 다르다 해서 주택과 점포가 별개의 모습으로 따로 또 같이 있기보다는 하나로 보이는 통일된 디자인이 유효할 수 있다.



향동 상가주택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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