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 해변

by 보통의 건축가


바다가 보고 싶어

아내가 말하면

두 시간을 달려

정암 해변 몽돌에 앉아

천 번의 들숨과 날숨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눈으로 박음질하고

툭툭 털고 일어섰다


그러면 된 줄 알았다


보고 싶다는 말에는

그리움만 담겨 있지 않다는 걸

비로소 몸을 파도에 맡기고

차가움에 치를 떨며 웃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서야 알았다

열 번쯤 말을 삼키고

몽돌에 묻고 온 실망을 떠 올리며

겨우 꺼낸 말이라는 것을


바다를 보고 싶다는 건

우리가 못 나눈 말

바다와 셋이서 이어가자는 것

수만 년 품은 이야기로 둥글어진

몽돌을 줍고

부드러운 물결을 서로 덮어주며

천 번의 들숨과 날숨에

이야기를 얹는다


#시쓰는건축가 #정암해변 #장소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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