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고 싶어
아내가 말하면
두 시간을 달려
정암 해변 몽돌에 앉아
천 번의 들숨과 날숨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눈으로 박음질하고
툭툭 털고 일어섰다
그러면 된 줄 알았다
보고 싶다는 말에는
그리움만 담겨 있지 않다는 걸
비로소 몸을 파도에 맡기고
차가움에 치를 떨며 웃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서야 알았다
열 번쯤 말을 삼키고
몽돌에 묻고 온 실망을 떠 올리며
겨우 꺼낸 말이라는 것을
바다를 보고 싶다는 건
우리가 못 나눈 말
바다와 셋이서 이어가자는 것
수만 년 품은 이야기로 둥글어진
몽돌을 줍고
부드러운 물결을 서로 덮어주며
천 번의 들숨과 날숨에
이야기를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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