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언니는 왜 나한테 귀엽다고 안 해?

공주병에 걸리다.

by 꿈꾸는 감자

첫째는 63만 명 정도 되는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찌깐이는 8만 명 정도 되는 작은 시에서 태어났다. 21년도에 찌깐이를 임신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이곳으로 이사를 와 22년도에 출산하였다. 처음에는 첫째의 교육문제도 걱정이 되었고, 병원, 대형마트도 별로 없는 소도시로 이사를 온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제가 이 도시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요~ 맛집을 알려주세요."

"학원 소개 부탁드립니다."

나는 평소에 넉살스러운 성격으로 조금만 친하게 되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내 성격을 닮은 첫째와 가족들 모두 잘 적응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즐겨 찾았던 프렌차이 상가들도 없고, 학원도 마뜩지 않았다.

한 번은 친정언니랑 통화를 했었다.

"이번에 이마트 세일하더라~ 가봐."

"언니~ 여긴 이마트 없어."

이런 웃픈 대화를 한 적도 있었다.


이곳으로 이사와 가장 큰 나의 변화는 큰 아이를 키울 때와 다르게 찌깐이가 공주님이 되었다는 것이다. 12년 전에 태어난 큰 아이는 주변에 아이들이 많았다. 지금 사는 곳보다 큰 도시였고, 그 해 백호띠라고 해서 아이들도 다른 해보다 많이 태어났다. 그래서 어딜 가나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찌깐이는 달랐다. 그때보다 아이가 더 귀해진 시대이며, 작은 도시로 이사를 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피부과에 갔었는데, 어떤 어른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머, 이렇게 귀한 분이 오셨는데 진료순서를 오래 기다려서 어떻게 해!"

소아과나 어린이집 같이 어린이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가면 몰라도 어딜 가나 어린 아이를 보기 힘들다. 병원처럼 대기하는 곳에 가면 어른들이 많고, 아이들은 거의 없다. 어른들은 가방에서 과자도 나오고 사탕도 나와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손에 들려있다. 처음에는 부담도 되고, 단 것들이 대부분이라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아이가 너무 이뻐서, 귀해서 뭐라도 주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마음이 감사하기도 하다.

찌깐이 덕분에 이곳에 적응하기 더 쉬웠던 것 같기도 하다.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께서는 아이가 너무 귀엽다며 가게에 파시는 것들을 하나씩 주시곤 했다. 아이랑 눈 맞추고 이야기하는 게 좋으신 거 같았다. 젊은 여자 사장님 였는데, 그 후 임신을 하시고, 출산 후 보이지 않으셨다. 그 후로도 나는 커피를 사러 자주 갔고, 남자사장님도 아이를 이뻐해 주셔서 선물도 가끔 주셨다. 심지어 알바친구들도 아이를 이뻐했다. 어제는 아이를 주려고 스티커를 모아두었다가 아이에게 건넸다.

"고맙습니다."인사만 해도 좋아해 주었다.

자주가는 병원에서는 간호사들과 의사선생님께서도 예뻐해 주셨다. 아이도 이쁨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가끔 의사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했다. 며칠전엔 감기로 병원에 갔다오는 길에 커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아이는 이쁨을 받는 게 당연해져 버렸다.

특히 경비아저씨는 일을 하시다가 찌깐이를 보면 아이를 부르셨다.

"잠깐만 기다려"하시며 경비실에 뛰어 들어가 초콜릿과자를 하나 들고 나오셔서 손에 쥐어주었다.

그럼 아이는 수줍게 인사를 하였다. 그럼 아저씨는 너무 이뻐서 주신다고 하였다.

"우리집 딸은 시집갔는데, 아이가 없어요."라며 하소연도 하셨다. 빨리 손녀가 보고 싶은신가 보다.

몇 달째 경비아저씨는 아이만 보면 초콜릿과자를 주셨다. 마트 가면 아이 주려고 일부러 사다 놓는다고 하셨다. 너무 받는 것만 같아서 그때부터 반찬을 좀 많이 한날은 갖어다 드리곤 했다. 명절이 되면 작은 선물도 하였다. 오고 가는 정이 쌓이다 보니 경비아저씨와 많이 친해졌다. 나 혼자 지나가면 아이는 어딨냐며 찾으셨다. 또 카페 사장님도 나만 가면 아이는 잘 있냐고 물으셨다.

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을 아이와 가끔 이용하는데, 그곳에 계시는 분들도 찌깐이를 귀여워해주셨다. 작은 도서관이다 보니 화, 목요일에만 오는 사서님께서는 이왕이면 화, 목요일에 오시면 좋겠다고 했다.그래서 아이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나만 도서관에 가면 서운해 하기도 하셨다.

다른 분은 인스타 하냐고 물어봐주셨다. 그래서 인친이 되었다.


아이가 이렇게 사랑을 받다 보니 아이는 공주님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뻐 보이려고 핑크, 노랑으로 옷을 입으려고 하고, 예쁜 핀이라도 하면 얼굴의 각도가 15도쯤 위로 올라가는 듯 보였다.

신발은 반짝이고 빛이 나는 것으로 사달라고 했다. 신발을 신고 산책이라도 나가면 아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다.

'저 귀엽죠?"라고 묻는 듯한 눈빛이다.

공원에는 강아지와 산책하시는 분이 아이 손잡고 산책하시는 분보다 많았고, 노인들이 더 많다.

(강아지 편의점은 생기는데, 슈퍼에 아이 기저귀는 팔지 않는다. 몇 년째 기저귀를 찾는 분이 없어서 들여놓지 않는다고 하셨다. 아이가 정말 귀한 곳이다.)


"아이야, 신발에서 불빛이 나는 구나. 귀여워라."라고 들으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놓고 아는 척은 안해도 '저 아이 봤어? 귀엽다.'라고 지나가는 행인들 말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운동하시는 분도 시선이 아이에게 가서, 앞으로 달리지만 눈길은 아이를 향하며 빙그레 웃으시며 지나가신다.

그런데 아이에게 관심도 두지 않는 분들도 있다. 이건 당연한 일인데, 귀여움을 어딜 가서나 받았던 아이는 그 사람이 왜 자기를 안 볼까 싶었나 보다.

"엄마, 저 언니는 왜 나한테 귀엽다고 안 해?"

이렇게 말하는 아이가 너무 웃겼다. 공주병엔 약도 없다는데 우리 아이가 관종이 되었구나!

"누구나 다 너에게 관심을 갖지는 않아."

"왜요?"

뭐라고 말해줘야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찌깐아, 사람들마다 관심이 다를 수 있고, 저 언니가 바빠서 널 못 봤을 수도 있어. 그리고 봤어도 저 언니는 찌깐이가 이쁘지 않을 수 있어."

"왜요?" 공주병에 걸린 아이는 이해가 안 되나 보다.

"세상에 많은 이쁜 꽃들이 있잖아. 그중에서 우리 찌깐이가 좋아하는 꽃은 노란색 꽃이지? 많은 이쁜 것들 중에 자기 관심이 가는 것이 다를 수 있어. "라고 말해줬지만 아이는 이해하기 힘든 눈빛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큰 아이 키울 때는 그렇게 와닿는 말이 아니었는데, 작은 도시로 이사 온 후 사랑을 많이 받다 보니 그 말을 알 거 같기도 하다. 마을분들의 사랑을 받고 커서 따뜻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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