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감자 일을 시작하다

by 꿈꾸는 감자

교육청 사이트에 유치원 겨울방학 강사 일자리가 나왔다. 8시 반부터 8시간을 일해야 했다. 찌깐이를 낳고 키우는 4년 동안 유치원 일을 쉬었다. 4시간짜리 알바는 몇 달 해 본 적은 있지만 전일 근무는 너무 오랜만이라 망설여졌다. 또 아이들도 방학에 들어간다. 고입을 앞둔 첫째 식사 등 손이 갈 때이고, 찌깐이는 더욱 손이 많이 갈 때이다.

하지만 돈을 많이 모아 둔 것도 아니고, 재테크를 잘하는 것도 아니니 벌어야 했다. 아이들을 위해서 일하지 않아야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 결심을 하고 방학 중 강사 일을 시작했다.


서류 준비하고, 면접을 보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2월 ~ 2월까지 3개월 동안 일하게 되었다. 계약서를 쓰고 난 뒤 나는 걱정이 되어 잠도 오지 않았다.

4년을 쉬었는데, 잘 할 수 있을까? 아들 방학 중 밥은 어떻게 하지?

8시 반까지 출근하려면 찌깐이를 몇 시에 깨워서, 먹여서, 씻겨서 어린이집에 보내지?

남편은 새벽에 나가서 일하므로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걱정은 인수인계를 받고 나서 더 심해졌다. 생각보다 큰 유치원이었으며, 한꺼번에 밀려오는 정보를 놓칠까 봐 긴장되었다. 출근 전, 반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수시로 보며 익히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출근 첫날이 왔고, 나는 지금 4일째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남편은 집안일을 더 도와주었고, 첫째는 늘 그랬듯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하며 알차게 보내고 있는 듯했다. 늘 집에 와서 밥을 먹던 남편이 내가 준비해둔 점심을 챙겨서 아들과 같이 먹거나, 사 먹이거나 하며 그 또한 잘 해결되어갔다.

찌깐이는 좋아하는 티니핑 영상을 1일 1영상 보여주고, 집에서 어린이집까지 엄마가 안아주는 조건으로 군말 없이 어린이집에 잘 다녔다. 중간에 찌깐이가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일찍 끝나는 아빠가 데리고 다녀왔다. 잠도 못 자고 고민했던 모든 일들이 닥치니, 하루가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찌깐이를 보내고 8시간을 근무 후, 4시 반에 바로 마트로 달려간다. 20분 만에 필요한 것만 딱 골라 5시부터 저녁을 준비해서 먹었다.

첫날은 유치원 일과와 아이들을 익히는데 정신이 없었다. ‘제발 아무 사고 없이 하루가 지나가게 해주세요.’라는 마음으로 8시간 동안 거의 서 있었다. 밥 먹을 때만 잠깐 앉아서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아이들 식사 지도를 같이하며 먹어야 해서, 열두 번도 더 일어났다가 앉았다가 하며 먹는다. 화장실 갔을 때 아이들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 물도 마시지 않았다. 오후에 특별활동 시간에 (외부 강사 수업 시간) 잠깐 뛰어서 화장실에 한 번 다녀왔다. 정말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시간이 지나갔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집안일을 했다. 4일째인 오늘은 첫날에 비해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새삼 모든 어린이집, 유치원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울 찌깐이를 종일 보시는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종일 종종거리고 교실을 돌아다녀서인지 발바닥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화끈거렸다. 집에 돌아오면 긴장이 풀리면서 다리도 더 아파진다.


발바닥을 주물러가며 식탁 밑 방바닥을 닦고 있었다.

이상하게 등 뒤에서 오는 시선이 따갑다.

“일어나~ 일어나~”

찌깐이는 넓은 내 등을 좋아한다. 내 등이 자기 눈높이로 내려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뒤에 와서 와락 안겨 두 팔로 내 목을 감싼다.

“엇, 내 등 뒤에 뭐가 붙은 거 같은데 ~”

모르는 척 연기를 해본다.

어부바를 해주면서 “찌깐이는 어디 있지?”하며 집안을 돌아다닌다.

아이는 등 뒤에서 킥킥거리며 “나 여기 있어”하며 놀곤 했다.

오늘도 찌깐이는 내 등에 자석처럼 착 달라붙었다.

난 일어나 돌아다니기엔 다리가 너무 아파서 네발 달린 짐승처럼 기었다.

“앗! 내 등에 무엇인가 올라왔어. 곶감이란 놈인가 보다”하며 곶감과 호랑이 동화 속 호랑이가 된 것처럼 등에 있는 것을 떼어 내려고 몸을 약간 씩 흔들었다.

“엄마, 호랑이는 너무 무서워. 호랑이 하지 마요.”

그러면서 자꾸 일어나 돌아다니라는 것이다.

“엄마 다리가 너무 아파.”

투정을 부렸지만, 엄마와 종일 떨어져 지낸 아이는 물러설 기미가 없다.

“다음에 업어줄게. 아침에 어린이집 갈 때 업어줬잖아.”

그래도 아이는 내 등에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순간 번쩍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찌깐이가 엄마의 엄마 해준다고 했잖아. 엄마가 아이 등에 올라오는 게 어디 있어?”

이번엔 말이 통했다.

찌깐이는 등에서 내려왔다.

“내가 엄마 하기로 했지.”하며 물티슈를 하나 뽑았다.

그리고는 내 옆에서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여기 먼지가 많다.”하며 피아노도 닦았다. 물티슈 하나로 여기저기 막 문지르고 다녔다. 심지어 식탁 의자 다리까지 닦았다.

“거기까지 닦을 필요는 없는데….”

“아니야. 내가 엄마니까 깨끗하게 닦아야지.”

엄마 놀이가 재밌어 보여 다행이었다.

찌깐이를 보며 하루의 피로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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