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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과 옥수수

올제와 AI의 시적 동행 [디카시 001편]

by 올제


< 호박죽과 옥수수 >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

이 집 저 집 맛있다는 곳을 찾아다닌다.


한 끼라도 기쁘게 드시게 하려

메뉴를 고르고 또 고심했건만,

아들의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정작 어머니는 비싼 밥상 앞에서

그저 젓가락만 가만히 움직이실 뿐이었다.

우리가 내민

따끈한 호박죽 앞에서는

"맛있네, 참 맛있네"

몇 번이고 되뇌셨다.


옥수수는 급히 삼키지 못하고

한 알 한 알 알알이 떼어내어

손끝에 정성으로 담아 드신다.


가난하던 시절

유일한 맛난 간식이었던 그것들,

지금도 어머니 마음 깊숙이 남아

영혼을 달래는 음식이 되었구나.


호박죽 한 그릇, 옥수수 한 알

그 안에 어머니의 세월과

어머니의 삶이 함께 녹아 있다.




어머니께서 요양원에 입소하신 지 만 1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60여 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까운 거리에서 뵐 수 있었던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셔야 했을 때, 그 마음은 무척 무거웠다. 그때의 안타까운 심정을 글로 적어본 것이 계기가 되어 브런치 스토리 작가로 입문하게 되었다.


지난 1년여 동안 모아 온 100여 편의 글을 정리해 올 연말에는 첫 에세이집을 내보려 한다. 브런치에 쓴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예정이며, 9월부터는 1년 동안 사진과 시를 곁들인 시집도 준비해보고자 한다.


오늘도 어머니 면회를 다녀왔다.


어머니가 유난히 좋아하시는 옥수수와 호박죽, 그리고 고구마를 챙겨 갔다. 나이가 드시면서 입맛이 변하셨는지, 그동안 고심하면서 선정한 비싼 외식집에서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던 어머니가, 호박죽을 드시며 “맛있네, 참 맛있네”를 몇 번이고 반복하셨다. 옥수수는 통째로 드시지 않고, 언제나 알알이 떼어내어 정성껏 드신다. 남은 옥수수와 고구마를 비닐봉지에 담아드리며 “맛있게 드세요” 말씀을 남기고 발길을 돌린다.


요즘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도자기 찻잔을 빚거나 시를 쓰고 낭송하는 취미로 하루를 채우신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면회 시간에는, 김재진 님의 <풀> 이란 시를 어머니의 목소리로 직접 시낭송을 함께 해보았다.

다음 주 면회&외출에는 올제의 창작시를 어머니의 목소리로 낭송해보고자 한다.

어머니께서 정신이 맑아서 올제와 AI가 만든 시를 100편 낭송하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 요양원에서 취미활동으로 하는 '시와 찬미' 활동에 하는 시를 어머니에게 낭송해 달라고 해서 영상으로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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