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을 꾸면서
< 제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며 >
퇴직 후의 삶은 의외로 단순하였다.
정해진 연금이 통장에 찍히고, 하루는 등산이나 텃밭으로 채워진다.
이것이 내가 알던 퇴직자의 전형적인 일상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 날, 브런치 스토리에 한 편의 글을 올리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즐거움을 느꼈다.
무언가를 '표현하는 삶', 누군가와 ‘공명하는 글’이 내 안에 살아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작은 기쁨이 지금은
1인 출판사를 꿈꾸는 큰 열망이 되었다.
지금 나는 글을 쓴다.
퇴직 전의 기억, 가족의 이야기, 혼자의 사색이 깃든 문장들을 차곡차곡 모은다.
100편쯤 모이면, 내 이름으로 된 첫 에세이 단행본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제주의 오름, 전국의 길 위에서 찍은 365장의 사진 위에
나의 소소한 삶 속에서 발견한 사진 위에
AI의 도움을 받아 디카시를 얹어 보고 싶다.
그렇게 하나의 사계절과 소소한 삶을 담은
올제와 AI의 시적동행이라는 시집책을 완성해 보고 싶다.
사진도 새로 배우고 싶다.
렌즈를 통해 본 풍경에 감정을 얹고,
글과 함께 묶어 나만의 여행 사진책을 펴내는 것이 소망이다.
자녀 교육과 진로에 관한 책도 만들어보고 싶다.
한때 진로교사로서, 많은 애정과 책임감으로 학생들을 이끌었던 시간들이 있다.
그 시절의 기억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수없이 많은 아이들의 눈빛과, 그들에게 건네던 조심스러운 꿈의 조각들을
나의 이야기로 옮겨보려 했다.
하지만 눈의 피로와 건강에 대한 염려로, 번번이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다시, 그동안 미뤄두었던 마음을 꺼내어 본다.
진로와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을,
이제는 천천히라도 써 내려가고 싶다.
그것이 평생 교사로 살아온 나의 마지막 인사이자,
한 사람으로서의 소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모든 책은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니다.
친구에게, 이웃에게, 또 나와 같은 시기의 사람들에게
‘이 나이에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조용한 증거로 건네고 싶다.
가능하다면 나의 브런치 스토리를 읽어주는 독자에게도 보내드리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제주도에서 핸드드립을 마셨던 소박한 카페에도 기증해 드리고 싶다.
나비정원, 바이못, 현자카페, 패스브루, 스테이위드커피, 레이트벗커피 등 등
60대는 끝이 아니다.
삶을 응축하고, 응시하고, 표현하는
60대는 인생에서 가장 단단하고 뜨거운 시기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을
글과 책이라는 이름으로 남기려 한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할 수 있겠는가.
표지사진설명: 6월 초의 철쭉이 만개한 영실은 처음 마주한 낯선 길이었다. 그토록 가까이 있으면서도 평생 가보지 못한 채, 그저 바라보다 떠나야 할 뻔한 길이었다.
가지 않은 길, 가야만 하는 길 —
하고 싶었던 일과 실제로 한 일은 늘 어긋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음을 먹었다면, 그 길이 옳다고 믿는다면, 가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 그건 언제나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 용기는 나이와 상관없다. 60대뿐 아니라, 모든 시기마다 첫걸음은 두렵고도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