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제와 AI의 시적 만남 [디카시 012]
< 재래시장에 가면... >
재래시장에 가면
왁자지껄 흥정 소리가 골목을 채운다.
“한다리이, 오천 원!”
“왔어요, 왔어요, 양파가 왔어요!”
“안 사가면 미워~”
목소리마다 억양도 다르고,
정겨움이 툭툭 묻어나고
제마다의 구호들이 울려 퍼진다.
재래시장에 가면,
어머니 또래의 할머니가
허리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세상살이 뭐 별거 있나,
그냥 버티며 웃는 얼굴이다.
나는 햇밤 한 봉지, 땅콩 한봉지를 집어 들고
집으로 향한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게 쪄서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께 가져갔다.
밤알 까먹으며 웃는 어머니 얼굴,
그 웃음이 밤알처럼 반짝인다.
이런 게 세상 제일 고마운 복이로구나.
일요일 아침이면
나는 어김없이 시장으로 간다.
재래시장에 가면
나의 또 다른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신다.
이렇게 살아있는 재래시장,
우리 곁에 있어 줘서 참 좋다, 참 든든하다.
추석을 앞둔 재래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띤다. 골목마다 사람들 발걸음이 분주하고, 좌판에는 햇과일과 야채가 놓여 있다.
새벽마다 자리를 지키는 할머니들은 여전히 현역이다. 누군가는 생계 때문이겠지만, 누군가는 평생 이어온 일상이기에 오늘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계신다.
사진을 찍자, 한 할머니가 웃으며 “모델료 달라” 하신다. 도라지라도 사가라는, 재치 있는 어린 표현이시다.
시장에는 마트에서는 맡을 수 없는 사람 냄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