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에서 인사를 올리며 시작!
2024년 3월 18일
나는 의정부에 있는 신할머니 법당으로 아침 일찍 향했다. 가는 동안에도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며 불안정했다. 도착하니 신어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셨고 바로 법당으로 들어갔다. 신할머니께서 점상에 앉으셨고 내 이름과 생년월일을 물어보셨다. 먼저 내 사주부터 봐주셨는데 내 사주에는 신이 없다고 하셨다. 근데 갑자기 내 태몽을 물어보셨다. 나는 어머니께 들은 내 태몽을 말씀드리니 신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내 태몽부터가 제자꿈이고 용왕님이 점지해 주신 아이가 나라고 하셨다. 그래서 비린 것, 해산물을 입에도 못 대는 거라고 하셨다. 나는 정말로 해산물은 냄새도 못 맡아서 신할머니 말씀이 신기했다.
이번에는 직접 신령님께 여쭤보자고 하시며 신할머니께선 북을 잡으셨다. 둥둥둥 북을 치시며 축원문을 읊으시는데 북소리가 뇌에 박히는 느낌이었다. 곧 몸이 덜덜 떨리며 눈물이 쏟아졌다. 지켜보시던 신어머니께서 내 어깨에 숄을 덮어주셨지만 그래도 떨림이 멈추지 않으니 오색종이 같은 걸 내 어깨 위에서 찢으셨다.
북을 치시다 내게 부모 어느 쪽이든 무당이 있지 않냐고 물으셨다. 나도 지금까지 이 말을 수도 없이 들었던 터라 부모님께 여쭤봤지만 모른다고 하셨다. 나도 모른다고 대답했고 계속 북을 치시다 한숨을 푹 쉬셨다.
너는 이 길을 피할 수 없다. 이미 어릴 때부터 그렇게나 너를 쳤는데 네가 고집부린다고 이게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냐.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순간 너무 무서웠고 펑펑 울었다. 어릴 때부터 아팠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며, 나도 무의식 중에 피했던 생각을 정곡으로 찔린 순간이었다.
더 시간 끌면 나만 더 힘들 테니 바로 날을 잡자고 하셨다. 신굿은 하루만 하는 게 아니고 삼산맞이부터 2박 3일간 다녀오는 것이 먼저라고 하셨다.
이후 신어머니와 함께 내 방울을 보러 다녀왔다. 여러 방울을 흔들어봤는데 신기하게 방울 소리가 다 달랐다. 그렇게 애기 방울까지 두 개를 고르고 신어머니께서 계산해 주셨다. 방울이 5만 원, 8만 원씩 해서 꽤 비쌌다. 다시 법당으로 돌아오니 한 상 가득 밥을 차려 대접해 주셨다. 나는 김치찜과 갈비탕을 맛있게 먹고 집으로 내려왔다.
신기한 건, 이 날을 기점으로 난 정신과 약을 끊었다. 이전에는 약을 안 먹으면 미칠 것 같았는데 이때부터는 안 먹어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원인 모를 두통도 나았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 했다. 나 역시 아픈 것이 낫다 보니 신굿을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마음을 먹고 잡았던 일정을 뒤엎으니 다시 몸도 아프고 하는 일도 모두 망했다. 서러워서 울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나일까. 온갖 생각이 들고 몇 날 며칠을 울었다. 결국 몸이 너무 아파 다시 신어머니께 연락을 드렸고 다시 법당에 방문해서 날을 잡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2024년 6월 22일 토요일이 되었다.
먼저 한복과 신복을 맞추러 시장에 다녀왔다. 신체 치수를 재고 원단과 색깔을 골랐다. 이후 신어머니 법당으로 와서 법당 청소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신어머니께서 쇠고기를 사주셨다. 맛있었다! 법당으로 돌아와 내 일월다리를 다리미로 다렸다. 다림질을 하며 지금까지의 내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자연스레 눈물도 솟았다. 신어머니께서 내게 심경이 복잡할 거라고 하시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든 이제부터는 나는 새롭게 태어나는 거라고 하셨다. 이전 삶의 미련과 후회는 다 버리고 새 출발을 하는 것이니 마음 잘 추스르라고 하셨다. 신어머니께서 법당에 이불을 펼쳐주시며 여기서 자라고 하셨다. 나는 피곤했는지 꿀잠을 잤다.
그날 꿈을 꿨다. 바다에서 주먹만 한 빛나는 구슬이 솟아올라 내 품에 쏙 들어오는 꿈. 그다음 장면에서는 내가 왼손에는 창,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서있는 꿈이었다.
6월 23일 아침. 믹스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정신을 차리는 동안 신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오셨다. 두 분은 부부이신데 진짜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니라 호칭이 그냥 그랬다.
할아버지께서 스타렉스 차량을 렌트해서 오셨다. 뒷좌석에는 쌀과 과일 등 음식과 징과 장구 등이 가득 실려있었다. 신할머니와 할아버지, 신어머니와 신이모(신할머니께 내림굿을 받으신 신어머니와 신자매가 되는 분. 앞으로 편의상 '이모'라고 부르겠다.) 그리고 나, 이렇게 5명이 출발했다.
먼저 대관령 국사성황사에 갔다. 성황당(서낭당이라고도 한다.)은 주로 마을 입구에 있는 큰 나무나 돌무더기의 형태로 볼 수 있다. 대관령에 있는 국사성황당은 나라의 성황당인 것이다. 이곳에서 신령님들께 삼산맞이를 간다고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태백산 기도당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차 안에서 나는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