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포리 우리 동네
뜰아래 반짝이는 햇살같이
창가에 속삭이는 별빛같이
반짝이는 마음들이 모여살지요
오손도손 속삭이며 살아갑니다
비바람이 불어도 꽃은 피듯이
어려움 속에서도 꿈은 있지요
웃음이 피어나는 새 동네 꽃동네
행복이 번져가는 꽃동네 새 동네
어릴 적 일일 드라마의 주제곡이다. 당시에는 달동네를 배경으로 소시민들의 애환을 보여주는 내용의 드라마가 많았다.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이 되면서 그런 내용의 드라마는 이제 보기가 힘들어졌다. 부잣집 실내를 보여주며 저택을 배경으로 해야 시청률이 오른다는 얘기가 있었다.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보다가 어느 으리으리한 저택과 내부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자기가 그 집에 살고 있는 착각을 하게 되어 어느 한때 과소비가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오늘 아침 이른 시간에 우리 집 도로변에 제초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른 일을 하느라 뒤늦게 나와보니 우리 집 앞을 거쳐가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작업하고 있는 어른들이 보였다. 재작년에는 우리 집 앞에 담벼락에 몇 년 동안 방치되어 늘어진 다육이를 딸과 함께 제거 작업을 했다. 늙은 다육이에 묻혀있던 아름다운 돌담의 자태가 길게 드러나 더없이 예쁘고 가지런하게 보였다. 무심하게 봐 오던 동네 사람들도 오고 가며 깨끗해졌다고 한 마씩 하며 지나갔다.
한경면 판포리는 유독 겨울바람이 매서운 곳이다. 이곳에 꽃이 자라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도 작년 봄에는 자비량으로 철쭉 묘목을 사다가 집 앞 공터에 군데군데 심어보았다. 우리 집 앞 절의 스님은 해풍이 너무 심해서 수국 외에는 자라는 것이 없다고 했었다. 죽은 애들도 있었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살펴보니 새 순이 돋아 나오고 있었다. 모진 겨울바람과 해풍에 잘도 견디어냈다. 수국이 피기 전에 철쭉이 먼저 피어 올해는 예쁜 수국을 심어서 꽃동산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어른들이 제초작업을 한곳을 둘러보니 내가 심은 철쭉과 꽃은 피해서 작업한 것이 보여 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잡초 속에 가려져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았을 텐데도 어떻게 잘도 피해 갔다. 감사할 일이다.
할아버지 두 분이 마을 길 쓰레기를 줍는다고 포대자루와 집개를 들고 지나가길래 수고하신다며 캔 음료 하나씩 드렸다. 두 분은 환하게 웃으셨다.
해마다 볼거리가 많아지고 아름다운 동네로 생기가 넘쳐 찾는 이가 많아지는 마을로 변해 갈 것임을 기대한다. 어느 어르신 청소하고 벗어놓은 옷을 두고 가셨다. 곧 다시 오셔서 챙겨가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