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서 완연한 봄인 줄 알았던 날씨가 간밤에 찬 기운을 동반한 바람이 불었다. 그래도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작년 가을에 삽목하여 죽은 줄 알았던 가지에서 푸른색을 띤 새 순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잘 참고 버티어 살아냈으니 앞으로 더욱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보았다. 어린 싹들은 이제 문제없다고 하며 솟아 나올 준비를 하듯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강한 해풍으로 죽은 듯 보이는 가지는 잎이 완전히 드러내고서야 이름을 알 수 있겠다. 깨알 같은 눈을 열어 살아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대견한 여린 눈, 삽목 후 반응이 없던 별 수국이 잎을 드러냈다. 간밤의 강한 바람이 어찌 한겨울 혹독했던 바람과 비교할까마는 느닷없이 찾아온 싸늘한 바람을 버티어내고 아침 햇살을 받고 있다.
한 송이 만으로도 계절이 바뀌며 살아 있음을 알게 하는 벚꽃 다음의 봄의 전령사이다.
봄이 되어도 꽃이 보이지 않는 마을 길을 안쓰럽게 바라보다 철쭉 묘목을 집 앞동산과 우리 집 마당에 군데군데 심어보았다. 해가 바뀌어 철쭉은 수줍게 봉우리를 열어 화사한 분홍빛 꽃을 피워냈다.
집 앞에 통천사 스님은 해풍 때문에 꽃이 안 필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심었다. 더러 죽은 애들도 있었고 살아있는 애들은 꽃봉오리와 푸른 순을 내밀고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추운 겨울을 보낸 철쭉이 수줍게 꽃을 피웠다.
들판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마당의 데이지는 하늘에 떠있는 빛나는 별과 같다.
무엇이든 심어야 이다음을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수고하고 땀 흘린 후를 설렘을 안고 기다릴 수 있으므로 나는 오늘도 기대를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땀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