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추억

문어를 잡으러

by 옥희



줄을 긋다 보면 가로 줄보다 세로줄을 그을 때 손이 더 떨린다. 밑으로 내려 갈수록 손가락 힘이 떨어지고 끝으로 갈수록 힘이 주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가로나 세로나 처음 시작하는 단계이니 익숙하지 않기도 하겠지만 일상에서 사용이 잦아 몸이 편안한 방향은 있는 모양이다. 내 성격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모름지기 나는 무슨 일을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한 번에 끝내버리려고 작정한다. 그러다가 끝맺음을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일이 왕왕 있는 편이다. 이번에는 가볍고 부담을 갖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는 일을 겸해서 할 생각이다.


문어를 잡으러

오후 늦은 시간에 딸이 썰물 때니 바다로 나가자고 했다. 바닷가에는 아무나 해산물 채취를 할 수가 없다. 물질하는 해녀들 구역이 정해져있어 적당한 장소를 찾아 소라나 보말을 잡고 있으면 확성기를 통해 나오라고 소리를 질러댄다.


포구에는 해녀들이 아닌 일반인도 물이 빠질 때를 기다려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조그만 구역이 있다. 딸이 오늘은 꼭 문어를 잡고 말겠다는 각오로 나를 부추겨 장비를 갖추고 바다로 나갔다. 다른 때와는 달리 바다에는 일찍 온 몇몇 사람들이 들고 온 바구니나 조그만 자루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무릎까지 차오는 곳에 겁 없이 발을 담갔다. 바위틈을 샅샅이 살폈지만 빈 망태기를 들고 돌아가야 할 모습이 그려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어는 언감생심 꿈꾸지 말자고 하고 바위틈에 달라붙어 자라다 만 소라 몇 개와 고동을 주워 담았다.


허리 굽혀 바위 틈새 만을 쳐다보던 우리는 갑자기 사람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물 때가 바뀌어 물이 들어오는 중이어서 아쉽지만 밖으로 나 올 수밖에 없었다. 담아온 소라며 고동을 손질하고 삶아 육수를 내고 해물라면을 끓여서 맛있게 먹었다.


KakaoTalk_20250610_230741531.jpg?type=w773 가로와 세로선을 이용한 바다그림

딸은 내일은 가서 문어를 꼭 잡아오겠다고 벼르고 있다. 글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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