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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희 Nov 28. 2023

하필이면


오늘 꿩 한 마리를 들고 왔다.

딸애가 동네 교회 공터에서 놀다가 들고양이를 쫓았는데, 풀 속에서 뭔가가 푸드덕 날았다고 했다.


엄마를 부르는 딸의 숨 가쁜 목소리를 듣고 사고가 난 줄 알고 냅다 뛰었다.

딸은 땅바닥에 움직임이 없는 꿩을 가리켰다.

꿩은 교회 벽에다 머리를 부딪치고는 '퍽'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고 했다.


얼떨결에 들고 오기는 했는데 고민이 됐다.

교회 건물에서 일어난 사고이니 우리가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목사님께 말씀드렸더니 웃으셨다.


요즘에는 통유리 건물이 많아 가끔 새들이 날아가다 유리에 부딪쳐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사람들이 보기 좋은 건물 짓는다고 시공한 어떤 부분은 동물들에게는 적응이 안 되는가 보다.


저녁에 시내에 가보면 제비가 집을 못 지어 전선에 진을 치고 짹짹 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장관이라고 할 수도 없고 딱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산을 허물어 건물도 많이 들어서니 야생 꿩도 길을 잃고 헤매다  참변을 당한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우리.

사는 게 바쁘고 경황없어도 가끔 주변을 둘러보아 거슬러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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