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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희 Dec 21. 2023

돌아가는 길


 어제오늘 눈을 동반한 강추위를 예보하였다.

 내가 낳고 자란 서귀포는 웬만해서는 눈 구경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곳 판포리는 겨울이 되면 강풍을 동반하기 때문에 추위가 느껴지는 체감이 다른 곳과는 차이가 많다.

 오늘 서귀포에 계신 엄마를 뵈러 다녀와야겠기에 오전에 출발 준비를 했다. 어둡기 전에 돌아올 생각으로 다른 날 보다 서둘렀다.

 

 우리 집 앞으로는 넓은 해안 도로가 제주시로 향하는 길이라 눈이 보이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도로에 도로에 눈이 쌓여 낮에는 차가 다니기에 불편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귀포 가는 길은 중산간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집에서 출발하여 마을 길을 벗어날 때까지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기는 했으나 별일이야 있겠나 싶었다.

 경사를 느끼며 앞으로 나아가자 주변이 온통 눈이 쌓여있고, 눈 사이로 양쪽 바큇자국이 있는 도로는 그새 얼어있어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원치 않는 방향으로 미끄러지는 차는 핸들이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사고를 만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돌아오는 길은 속도를 아주 천천히 내었다.


 때때로 우리가 살아가다 판단이나 결정이 잘못되어 낭패를 볼 때가 있다.

 일찍 깨달아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있고, 늦어서야 깨달을 때가 있고, 아주 모르는 채로 끝까지 가는 경우가 있다. 

 늦어서야 깨닫게 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사람마다 선택이 다를 수 있다.

 돌아갈 생각을 하면 얼마나 눈앞이 캄캄할까. 늦더라도 돌아가야 한다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돌아갈 수도 나아갈 수도 없는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지 않도록 하는 삶의 지혜를 얻고 싶다.




발자국 없는 눈 쌓인 시골길



돌담에도



양배추 밭에도



마늘 밭에도


활짝 핀 동백나무에도


오늘은 보기 드물게 눈이 많이 쌓였습니다 매서운 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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