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게임을 가르치는 아빠가 되고 싶다.

아이에게 뽀뽀하는 것과 비슷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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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내 실제 웨딩 사진이다.

우리가 연애 시절 함께 즐겼던 게임,

‘배틀그라운드’을 콘셉트로 몇 장 찍었다.


카카오게임즈에 직접 빌린 ‘3뚝’과

허리에 매달 프라이팬을

직접 제주도까지 가져가 찍은 사진이다.

결혼식장에 걸 수는 없었지만

준비부터 결과물까지 즐거운 기억이었다.


이처럼 게임은 내게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니었다.

몰입, 협력, 성취.

누군가와 함께 나눈 경험이자, 내 삶의 일부였다.


그래서 딸을 키우면서도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됐다.

게임을 언제, 어떻게 알려주는 것이 좋을까.

이런 게임 교육에 대한 고민은

엉뚱하게도 충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아이에게 뽀뽀를 하면

충치가 옮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충치균은 타액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뽀뽀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최선일까?


우리 몸에는 ‘정상세균총’이라 불리는,

건강을 돕는 세균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균형을 이뤄야 할 친구다.


문제는 세균의 유무보다 구성의 비율이다.

타액을 통해 충치균만이 아니라

건강한 세균도 함께 옮겨간다.

그렇다면 부모의 뽀뽀는

오히려 아이에게 이로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게임도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부모가 게임을 하며 겪은 경험을

잘 전달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 이로운 일 아닐까.



삶에는 즐거움이 필요하다.

즐거움이 없으면 마음이 병들기 쉽다.

사람들은 자연, 여행,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거움을 찾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항상 가능하진 않다.

시간과 비용이 들기에 여유가 없을 땐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편리한 즐거움’을 택한다.

빠르고 강렬한 만족을 주는 것들.

술, 담배, 도박, 쇼핑, 게임 같은 것 말이다.


이 중 게임은 상대적으로 건전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묶기에 좀 민망할 정도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편리한 즐거움’ 중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축에 속한다고 본다.


나도 한때, 밥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하루 종일 게임만 하며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게임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알고 있다.

그 시간을 후회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내 아이에게 그대로 권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이에게 게임을 알려주려면

처음부터 ‘건강한 방식’으로 가르쳐야겠다고.


많은 부모들이 게임 교육을 어려워한다.

나도 자료를 찾으며 고민했다.

결국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게임은 게임기로 하는 게 좋다.


문제가 되는 많은 게임들이

PC나 스마트폰 같은 범용 기기에서 실행된다.

“공부도 하고 게임도 해”라며 허용했지만,

결과적으로 통제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닌텐도를 알려줬다.

‘저스트 댄스’, ‘동물의 숲’, ‘마리오 카트’ 같은 게임들.

컴퓨터 앞에서 혼자 게임하는 대신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웃는 그런 경험을 주고 싶었다.


놀랍게도,

나를 걱정했던 부모님도

손주들과 춤추는 게임을 하며 함께 웃었다.

어릴 적엔 내가 게임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셨던 분들이었다.


“이거 운동도 되고 좋은데?”

이젠 다음에 또 하자며 먼저 말씀하신다.



게임의 종류를 정했으니

다음은 게임을 ‘적당히’ 하는 법을 가르쳤다.


아이들은 통제력이 아직 부족하다.

자극에 쉽게 끌리고, 쉽게 몰입한다.

그래서 어른의 조절이 꼭 필요하다.


다행일까.

아이는 의외로 게임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았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TV 보는 게 더 재밌다고 한다.

아무 상호작용 없이 흐르기만 하는 영상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약간 안심이 됐다.

편하게 보기만 하는 영상보다

적당한 노력이 필요한 게임이

아이의 발달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결국 내가 바라는 건 하나다.

지나치게 빠지지 않고,

또 영상에 밀려 흥미를 잃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즐길 수 있기를.


그게 가능하다면

아빠와 딸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같이 웃고, 함께 몰입하고

서로의 시간을 기억할 수 있다.



얼마 전 딸과 조카들과 함께 마리오 카트를 했다.

어떤 버튼도 누르지 않아도 1등을 할 수 있도록

가장 쉽게 세팅했지만

아이들 중 1등을 차지한 아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15등에서 11등으로 올라갔다며 기뻐했고

(총 16등 까지 있다)

점프키를 연타하며 엉뚱하게 점프하는 모습에 웃었다.

본인이 1P라서 메뉴 선택이 가능한 것을

대장 되었다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딱 한 시간, 아이들과 함께한 게임한 시간.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그 순간이,

내가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었다.


그날, 게임을 가장 잘 즐긴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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