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小滿), 채움과 비움의 이중주
만물이 자라 조금씩 차오른다는 뜻의 소만과 기아에 허덕이는 보릿고개 사이에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충만과 결핍의 상반되는 이미지가 동시에 펼쳐지는 시공간이 바로 소만 즈음이다.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으나 둘은 알고 보면 한 쌍이다. 채워야 덜어낼 수 있고,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무엇이든 먹어야 했던 옛사람들은 산야의 나물을 캤다. 옛 기록에는 소만의 첫 5일 동안에 씀바귀가 뻗어 오른다(苦菜秀)고 한다. 쓰디쓴 씀바귀를 밥알 대신 질겅질겅 씹으며 태산보다 높다는 보릿고개를 오른다. 허기에 아랑곳없이 이때 농사일은 무척 바쁘다. 당장 먹을 것은 없지만, 앞으로 생길 먹거리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중략) 이처럼 소만의 충만함은 보릿고개의 결핍에서 비롯한다. 결국 만(滿)은 공(空)과 짝을 이뤄야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이 음양의 이치다. [절기서당] 김동철, 송혜경/ 북드라망/ 1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