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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Sep 20. 2022

불로장생 ‘연잎밥’

무더위에 몸을 식혀주는 식재료

상주 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처자야/ 연밥 줄밥 내 따줄게 이내 품에 잠자주오/ 잠자기는 어렵잖소 연밥 따기 늦어가오// 상주 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큰아가/ 연밥 줄밥 내 따줌세 백년언약 맺어다오/ 백년언약 어렵잖소/ 연밥 따기 늦어가오-상주 공갈못의 ‘연밥 따는 노래’ 일부

상주 공검지(恭儉池)는 삼한시대 때 4대 저수지 중의 한 곳이었다. 못을 만들 때 공사가 진척되지 않아 ‘공갈’이라는 아이를 제물로 묻고 둑을 쌓았다. 그래서 ‘공갈못’이라고 부른다. 연꽃은 7월에서 8월 사이에 피고지고를 반복하며 연밥을 익힌다. 연밥 따는 적기를 놓치지 않으려니 백년언약을 미룰 수밖에.

연은 뿌리에서 잎과 열매까지 허투로 하지 않는다. 꽃이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혀 화과동시(花果同時) 라고 한다. 이는 깨달음을 얻은 후에 베푸는 게 아니라, 현재 살아가는 자체가 이웃에게 베풀며 동시에 깨달으며 살아간다는 불교의 말씀을 담고 있다. 부처님의 좌대, 연등, 기타 사찰 장식에 연꽃 문양을 장식하고, 사찰음식에도 연은 귀하게 쓰인다. 이는 연꽃 속으로 다시 태어나는 극락왕생의 염원이 담겨 있다. 심청이 아비 눈을 뜨게 하려고 인당수에 몸을 던졌으나 다시 환생하는 옛이야기 속에도 연꽃은 있었다.

한방에서는 연잎을 하엽(荷葉)이라고 한다. 맛은 쓰고 떫으며 성질은 평(平)하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입안이 마르는 증상에 이용한다. 연꽃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차로 끓여 마신다. 연의 열매는 ‘연자(蓮子)’라고 하는데, 기혈을 보하며, 심장의 기능을 좋게 한다. 연뿌리는 청열, 해독, 어혈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피로하거나 과로하여 코피가 심하게 나올 때 연뿌리 생즙을 복용하기도 한다. 연은 무더위에 몸의 열을 식혀주는 식재료로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 백련은 ‘백병을 다스리고 늙지 않고 젊어진다’고 하며, 중국에서는 백련을 불로장생의 식품으로 꼽는다. 상주 쪽 백련 키우는 집에서 연잎을 구해 연잎밥을 만든다. 찰밥을 지어 연자와 기타 재료를 얹어 연잎에 싼 후, 김 오른 찜통에 쪄내면 된다. 연잎에 갖가지 곡식만 넣었으랴, 마음까지 담았으니 연잎밥을 먹는 이는 분명 불로장생할 것이다.

대구 근교 저수지 곳곳마다 홍연이 한창이다. 바람이 지나가면 연잎의 일렁임이 장관이다.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처럼’ 연꽃을 만나고 올 일이다. 세상의 모든 빛은 어둠을 먹고 살듯이, 저 연은 진흙을 먹으며 맑은 잎을 키우고 꽃을 피웠다. 연꽃을 보는 것만으로 길해진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Tip: 연자의 심에는 독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제거한다. 또한 연뿌리는 진흙 속에서 자란 식물이라 기생충이 붙어있을 수도 있으니, 날것으로 사용할 때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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