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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Oct 08. 2022

여성에게 이로운 '쑥'

봄은 들판으로부터 시작된다. 야산 양지 녘에 참꽃이 피기 시작하면, 들판이나 언덕배기에도 뽀얀 쑥이 돋아난다. 누가 가꾸지 않아도 꽃은 피고 거름을 주지 않아도 산야초는 자란다. 봄바람 속에 자란 산야초는 본연의 향기가 짙다. 뽀얗고 어린 쑥을 애엽(艾葉)이라고 하는데,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쑥'은 순수 우리말로 쑥쑥 돋아나는 형상과 생태를 나타내는 이름이다. 농부들이 자칫 게으르면 쑥이 우거져 '쑥대밭'이 되기도 하고, 머리털이 마구 흐트러져 몹시 산만한 상태를 '쑥대머리'라고 한다. 한때 '떡에 쑥 넣으면 비싸고 쑥 빼면 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예부터 쑥은 약재와 구황식물로 쓰여 왔다. 쑥의 성질은 맵고 쓰고 따뜻하다. 성인병을 예방하는 식물 중에서 마늘, 당근, 쑥을 3대 식품으로 꼽는다. 저 옛날 단군신화에 보면, 곰은 쑥과 마늘을 먹고 여자로 변신하였다. 어쨌거나 쑥의 효능이 대단한 것만은 사실이다. 신화든 전설이든 간에, 짐승이 먹어 사람으로 변했다는 영험한 약초가 아닌가. 원자폭탄이 떨어져 폐허가 된 도시에 가장 먼저 싹을 틔운 식물이 바로 쑥이다.

중국의 대표 명의 화타는 '삼월 인진쑥, 사월 제비쑥'이라고 했다. 삼월 인진쑥은 병을 고치지만 사월 제비쑥은 불쏘시개일 뿐이라고 기록에 남겼다. 삼월은 양기(陽氣)가 위로 올라가 만물이 생기가 넘치는 시기이다. 약효가 있는 시기의 쑥을 인진쑥이라고 했으며, 부드러운 줄기와 잎이 가장 약효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쑥을 먹은 곰이 웅녀로 환생했듯이, 쑥은 부인병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자궁을 따뜻하게 해 주기 때문에 생리통이나 몸이 냉한 여성에게 특히 좋다. 쑥은 청혈, 생혈작용을 하기에 피를 깨끗하게 하고 혈액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그 외에도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간 해독기능이 있으며 면역력을 높여준다.

예전 모깃불을 피울 때 쑥을 사용했다. 할머니는 쑥 연기가 모기를 데리고 간다고 하셨다. 쑥에 살충 효과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을까. 쑥은 구강청결제로도 쓰이며 지혈작용에도 사용했다. 코피가 날 때 생쑥을 비벼서 콧구멍을 막고, 손을 베였을 때 쑥으로 상처를 동여매었다. 쑥뜸을 뜨고, 아랫도리가 묵직하거나 아릴 때는 쑥을 삶아 요강에 담아 김을 쬐이기도 했다.      


단옷날 쑥 다발을 묶어 헛간, 해우소, 대문 등에 달아두었는데 액을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 쑥은 일 년 내내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어머니는 삼월 애쑥으로 쑥털털이를 자주 하셨다. 당시에는 떡도 아닌 그 모양새도 싫었고, 짙은 쑥 향기도 싫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쑥 음식이 입에 당긴다. 텃밭에서 뜯은 쑥으로 쑥털털이를 만든다. 삼월의 향기가 짙다.


Tip: 애엽과 인진쑥은 성질이 다르다. 인진쑥은 성질이 차서 다량 섭취할 경우 설사, 구토를 일으킬 수 있다. 인진쑥은 음력 삼월까지 채취한다. 삼월은 인진쑥, 사월은 개똥쑥이라고 할 만큼 효능에 차이가 있다. 또한 생쑥 생식은 몸에 이롭지 않다. 반드시 익혀서 먹는다. 다행히 휘발성이 있어 말려서 사용하면 된다. 도로변이나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쑥을 채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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