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를 하기로 했다.
"술래가 간다 2 5 10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외치자
아이는 쏜살같이 도망갔다.
아이를 잡기 위해 미끄럼틀 계단을 오르려는 순간, 핸드폰 알림 소리가 들렸다.
고객에게 온 메시지였다.
나는 프리랜서여서 업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고객에게 연락이 오는 그때가 내 업무시간이다.
아이와 노는 시간도 예외가 없다.
나는 고객의 문의에 답변하느라 발길을 멈추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이가 미끄럼틀 위에서 소리쳤다.
"엄마! 왜 안 잡아?"
"아 엄마 지금 일해야 돼서 잠깐만"
"아 진짜! 엄마는 맨날 핸드폰만 보고!"
아이가 화가 나 씩씩거렸다.
그 모습을 외면한 채 나는 일을 했다.
아이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나 집에 갈 거야!"하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핸드폰을 그만 보고 아이랑 놀고 싶었다.
하지만 고객의 문의는 계속 이어졌다.
일을 마치고 화가 잔뜩 나 퉁퉁 불어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엄마가 놀기로 해놓고 못 놀아서 미안해.
휘영이가 기다려줘서 엄마가 일을 끝낼 수 있었어.
우리 휘영이는 엄마를 잘 기다려주는데 고객들은 기다려주지를 않아."
말을 하면서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고작 9살짜리 아이는 잘 기다리는데 성인은 못 기다린다니...
9살 아니 아이가 더 어렸을 때도 나는 일하느라 아이를 기다리게 만들었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정말 그랬을까?
나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 걸까?
아이와의 시간? 빠른 업무 처리?
역시 아이와의 시간이다.
누군가 그랬다.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너무 급한 일이라고 빨리 해결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늦어도 괜찮았다.
천천히 한다고 해서 큰일 나지 않았다.
아이는 끊임없이 엄마를 부른다.
"엄마, 놀자."
"엄마, 이리 와 봐."
"엄마, 이거 봐 봐."
그럴 때 바로 달려간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설거지 끝나고 놀자"
"빨래하고 나서 갈게."
"청소하고 나서 볼게."
나에겐 늘 할 일이 많았고 아이는 늘 나를 기다려줬다.
아이가 기다리는 걸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항상 기다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아기 때보다 엄마를 부르는 횟수가 줄었다.
앞으로는 더 줄어들 것이다.
아이가 더 이상 엄마를 부르지 않을 때
그때가 되면 많이 허전할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아이가 나를 부를 때 기꺼이 가야겠다.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은 조금 미뤄두고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아이와의 시간을 더 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