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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스팩트럼 산책길

자연의 아침의식 속으로



숲 속에 온 걸 환영해


한낮에 나들이가 부담스러운 날씨가 되었습니다.  휴일 이른 아침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뒷동산으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저희가 사는 아파트 뒷산엔 둘레길이 편안하게 조성되어 있어서 감사히 자주 애용하고 있답니다.  


자연이란 존재는 언제나 변함없이 한 자리에  있는데도 계절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이 니다.  


봄이 오면 어지럽게 꽃이 피어서 장관을 이루고 여름이면 다양한 초록의 잎사귀들이 그늘로 변신해 산책길을 행복하게 조성해 줍니다.  가을과 겨울의 묵직한 고독과는 다르게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숲의 절정은 여름인데요.  초록으로 완전무장한 숲 속을 걷다 보면 열렬히 환영을 받는 기분이랄지, 긴장감이 풀리면서 편안해집니다.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일찍 올라가서 인지 입구에서 만난 초록 잎사귀들이 객의 방문에 놀란 듯 마치 웅성거리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저 나의 느낌일까, 자세히 다가가 바라보니 새벽이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잎들이 흔들리고 있었고, 그 진동에 깬 풀벌레들의 분주함이 요란했습니다.  그 소란스러움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와, 신난다. 아침이야! 어서들 일어나라고!


마치 살아있다는 이 단순한 사실을 매우 기뻐하는 의식이랄까요.  사람들이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의식을 치르듯이 자연도 하루가 시작됨을,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마음껏 즐기는 시간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자연의 아침은 또 하루의 탄생이니까요.  그들의 외침에 기운을 얻고 또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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