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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찬 Aug 20. 2023

가을 전령사

귀뚜라미

#Jam있는중국이야기-892 “존재감이 다른 귀뚜라미중국,중국인


귀뚜라미 싸움에 얽힌 이야기는

중국에 많이 전해내려온다.


귀뚜라미 싸움에 중독된 부부가

빚을 내서 실력 좋은 귀뚜라미를 샀는데,

실수로 놓치면서

집에서 키우던 닭이 이걸 꿀떡 삼켜버리자

허탈한 나머지 함께 세상을 뜨기도 했단다.


청나라 때 출판된 책 중에

세상의 기이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요재지이』라는 소설집에도

 귀뚜라미 기담이 실려있다.


아버지가 관리에게 바칠

귀뚜라미를 준비해 두었는데

아들이 실수로 이걸 죽이고 말았다.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서

스스로 귀뚜라미로 변신한다.


그 처연한? 울음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뜨거웠던 지난 여름날의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러나 입추로 시작되는

가을의 문턱에서

중국의 귀뚜라미들은

피 비린내나는 전투를 준비중 이다.


斗蟋蟀.

귀뚜라미 싸움으로

그 승부에 거액을 거는

도박의 일종이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귀뚜라미 두 마리를 싸움 붙이고

그 승부에 거액을 걸어

도박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


한국의 귀뚜라미는

가을밤에 사람들의 심경을

건드려 주는 감상적인 곤충이지만

중국의 귀뚜라미는

사람을 일조일석(一朝一夕)에

벼락부자를 만드는가 하면

패가망신시키는 무서운 존재이다.


귀뚜라미 싸움은 옛날 중국 궁중에서 궁녀들의 놀이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한다. 때는 바로 8월 추석 밝은 달밤에 궁중 후원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오는 비애의 노래에 도취된 궁녀들은 촛불을 켜들고 구슬픈 노래를 연주하는 주인공을 찾아보니 귀뚜라미 무리였다고 한다.


궁녀들은 귀뚜라미를 실내로 들여와서 맛좋은 음식을 제공하여 가면서 독특한 귀뚜라미의 연주곡을 감상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귀뚜라미에게는 또 한가지 호전적인 성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 때부터 궁녀들은 음악도 듣는 한편 오락으로 귀뚜라미끼리 싸움을 붙여놓고 구경하던 나머지 얼마간의 금전을 걸고 승패를 결정하는 도박으로 변하게 되었던 것이다.


누구의 발견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를 먹여야 귀뚜라미의 체력이 왕성해 진다고 한다.


그래서 귀뚜라미 상인이나 전문 도박사들은 일부러 웃통을 벗고 모기에게 피를 빨린 다음 그 모기를 잡아서 귀뚜라미의 먹이를 장만한다. 결국 자기 피를 귀뚜라미에게 먹이는 셈인 것이다.


문화는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며

느끼는 만큼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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