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영화인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말할 수 있기를 기다리는 사람

by 우주아빠


“아빠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아이의 눈은 순수하다.

진심이 아니면 금방 들킬 것 같은 눈빛이다.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응, 아빠는 영화 만드는 사람이야.”


그 말을 할 때마다

내가 정말 만드는 사람인지,

그저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자꾸만 헷갈린다.


요즘도 사람들은 묻는다.

“요즘은 뭐 찍어요?”

“누구랑 해요?”

“언제쯤 나와요?”


나는 그때마다 대답한다.

“거의 정리돼 가요.”

“곧 들어갈 것 같아요.”

“좋은 배우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그 말들은

켜져 있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세트장처럼

점점 희미해진다.

입에 붙은 확신은 마음까지 닿지 못한다.


연애하고 결혼한 지 십 년.

내가 만든 영화를 아내에게 보여준 건 딱 한 편이다.

그 후로는

사랑이란 이름의 침묵과 기다림 속에서,

나의 꿈은 식탁 위 반찬처럼 식고,

다시 데워지고, 또 식었다.


내가 꿈을 좇는 동안

아내는 생계를 껴안았다.

돈을 벌어 우리 삶의 무게를 떠안고,

나는 아이 곁에서 울고 웃는 하루들을 맡았다.

주양육자라는 이름 아래,

나는 아이의 낮과 밤을 찍고,

아내는 우리의 삶을 매일 촬영지로 바꾸기 위해

일터로 향했다.


그렇게 우리 셋은

각자의 방식으로 한 편의 영화를 찍고 있었다.


내 책상에는 기획서가 자라고,

시나리오가 누워 있다.

캐스팅은 살아 있고,

투자는 늘 문 앞까지 왔다가 돌아간다.

매일 회의를 하고, 매일 회의적이다.

나는 여전히 준비 중이다.


아이의 말은 대본보다 솔직하다.

“아빠는 왜 영화 안 해?”

“아빠 영화는 언제 나와?”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한 컷을 누른다.

컷.

아니, 아직 아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영화를 만든다는 건

렌즈 앞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가족의 시간을 찍고, 희망을 편집하고,

버텨낸 날들을 조명으로 밝혀야 하는 일이다.


나는 믿는다.

지금은 미완성일지라도

이 이야기는 언젠가 완성된다.

그리고 그날,

나는 아이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응. 아빠는 영화 만드는 사람이야.

그리고 이건, 아빠가 정말 만든 영화야.”


그 장면이

내 생의 마지막 테이크가 아니길,

그저 또 다른 시작이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열심히 걷고 힘을 내본다




가족이라는 제작비 없는 드라마 속에서,

나는 여전히 ‘기획 중’인 영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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