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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에게 재밌는 일들이 생기는 거 같다.

잼컨이 내 일상에?

by 납작만두

몇 가지 일들이 있었다. 그냥 생각만 하고 넘어갔는데 그 당시에는 그냥 넘어갔으나 그 뒤로 생각이 날 때마다 조금씩 웃겨서 이건 남겨도 좋다. 싶어서 들고 왔다.




1.

닭강정 사러 가는 길이었다. 누군가 내 뒤에서 통화를 한다. "어, 나 지금 가는 중이야." 이 말에 바로 다른 사람이 대꾸했다. "아 시끄러워." 그래서 둘이 지인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시끄럽다고 한 사람이 갑자기 내 앞으로 왔다. 뒤를 돌아 나를 보더니 트림을 했다. 이때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 이 사람과 같은 길을 가더라도 건너편에서 가야겠다. 서 있던 곳에서 몸을 미세하게 틀어서 대각선으로 바라보고 신호가 바뀌자마자 도망치듯 멀어졌다.




2.

공부하기 위해서 도서관에 가는 중이었다. 내 앞으로 누군가가 통화를 하면서 걸어왔다.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것만 들렸다. "아이고, 공자 납셨네. 할렐루야다. 할렐루야"

공자와 할렐루야.... 처음 들었을 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곱씹을수록 공자.... 할렐루야.... 공자가 할렐루야? 공부하다가 뽕싯, 집 가는 길에 뽕식, 언니한테 말해주며 뽕싯 웃었다.




3.

우리 회사 신규입사 직원이 들어왔다. 나는 회사에서 신규직원이 들어오면 간단한 안전교육을 진행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평소처럼 회의실 잡아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되는 내용들을 공유하다가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름을 불렀다.

"남궁O님 XX직급으로 오신 거 맞죠?" 이런 얘기를 하면서 "그럼 궁O XX님이시네요." 했더니 바로 다시 대답이 돌아왔다. "이름은 O입니다." 사실 속으로 어쩌라고 싶었다. 이름 왜이렇게 강조하시 생각으로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다시 말했다. "?, 네 궁O님."

"성이 남궁이요."

"헉, 넵. 죄송합니다. O님"

인터넷에서나 보던 일이 나에게..... 초등학생 때 이후로 남궁 씨와의 첫 조우였다.




4.

부산에 갔었다. 혼자 갔다.

아침에 항정 국밥을 먹기 위해 7시 반에 일어났다. (사실 해가 너무 세서 일어나 짐) 그리고 도착한 국밥집에는 사람이 나 포함 3 테이블 있었다. 먹고 있는데 점점 들어오는 사람들은 전부 커플이었다. (그냥 이것도 재밌었다.)

먹고 배가 너무 불러서 걸어야겠다 싶어서 국밥집부터 숙소까지 약 25분의 거리를 걸었다. 그 사이에 바닷가도 있어서 모래사장 위로 좀 걸었다. 모래 위를 힘겹게 걷다가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뒤편을 바라봤는데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 영상을 찍어주는 거 같았다. 놀라서 다시 앞을 보고 계속 걸었다. 그런데 뒤의 커플도 나와 같이 걸었나 보다. 뒤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계속 같이 가네." 그 커플들은 본인들의 아름다운 추억 속에서 나를 오점이라 여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커플의 추억 속에 갇혔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에 빠져 한참을 쉬지 않고 걸었다. 그러다 모래사장 한가운데 있는 의자들 중 하나를 골라 앉고 내 사랑스러운 z플립을 펼쳤다. 나도 사진 좀 남겨야겠다. 싶어서. 의자에 핸드폰을 접어서 세워두고 앞으로 걸어 나가 워치로 셔터를 눌렀다. 찰칵찰칵 찍히는데 워치 화면으로 누군가 내 근처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아까 그 커플이었다. 가만히 서 있는데 굳이 나를 걸고 지나갔다. 그 커플은 아직도 영상을 찍고 있었다. 내 초상권은 사라졌지만, 그냥 그 상황이 웃겼다.




5.

부산에 출생신고서를 떼러 갔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인천에서 더 길 시간을 보냈다. 이제 부산이 고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할 정도이다. 하지만 출생신고서는 기본증명서에 나와있는 본적지에서 떼야한다고 해서 부산으로 갔다. 도착한 법원은 고등법원, 지방법원, 가정법원이 한 곳에 있었다. 인천에서도 법원은 간 적이 한 번밖에 그것도 엄마 따라 학생 때 가본 게 끝이라 정보 없이 들어갔다. 민원인 출입구가 있어서 그쪽을 따라 들어갔고 조금 더 들어가니 종합 민원 창구가 있어서 바로 들어가 번호표를 뽑았다.


- 띵동


내 번호가 뜨는 걸 확인하고, 다가가 말씀드렸다.


"출생신고서 떼러 왔는데요."

"네? 실종신고서요?"(사투리)

"아니요! 출생신고서요!"

"실종신고서요??"(사투리)

"출!생!ㅇ"

"아, 가정법원 가세요."


..... 종합민원창구라면서요....



6.

또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필라테스를 22년 8월말부터 지금까지 거의 쉬지않고 쭉 한 센터를 다니고 있다. 그날도 평소처럼 그룹 수업을 들었다. 조금 많이 힘들긴 했지만, 힘들어야 뿌듯하고 근육통이 생겨야 운동한 기분이 나서 기분 좋게 옷갈아 입으러 탈의실에 갔다. 심지어 혈육이 데리러와서 옷도 대충 챙겨서 뛰어나갈 생각으로 캐비넷 앞에 서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내 옆에는 다른 분들도 옷을 갈아 입고 계셨고, 그 중 한분이 양말을 벗고 있었다. 그러다 대뜸 엉덩이를 한 대 맞았다. 내 옆에서 양말을 벗던 분이셨다.


"어머!!! 죄송해요!!! 죄송해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내 엉덩이를 치셨는지 너무 알 거 같아서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팔에 힘이 풀렸어요 ㅠㅠㅠ"

"네....이해 해요...."


나도 힘을 다 써버려서 웃다가 힘 없이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근데 다시 생각해도 엉덩이 맞은 게 너무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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