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요약
1. 우리나라에는 322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웅담 채취를 위해 갇혀있다.
2. 이 곰들은 대부분 2평 남짓한 철창에 갇혀 살아간다.
3. 곰들을 구조하고 보호할 생추어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는 322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철창에 갇혀 있다. 동물원이 아닌 외딴 농장에 갇힌 이 곰들은 웅담을 위해 길러지는 사육곰들이다.
사육곰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해 곰 사육을 권장했다. 곰을 키워서 해외로 수출하자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몇년 뒤 한국의 CITES 가입으로 곰 수출은 금지되었다. 이후 30년 동안 사육곰은 웅담 채취를 위해 길러지고 도축되고 있다. 한 때는 사육곰의 수가 1,000마리까지 증가했지만 정부 주도 중성화 사업 이후 322마리까지 개체수가 감소한 상태이다.
사육곰은 2평 남짓한 철창에서 살아간다. 야생에서 반달가슴곰의 활동범위가 수십 km인 것을 비교해보면 철창은 곰에게 너무 작은 공간이다. 주어지는 먹이도 제한적이다. 대부분은 개사료를 급여하는데 일부 농장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나 폐기된 도넛을 주기도 한다. 자연에서 하루종일 먹이활동을 하며 도토리, 죽순, 벌레 등을 먹는 반달가슴곰의 습성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시민사회는 사육곰 산업에 책임이 있는 정부를 대상으로 해결방안을 제안하고 요청해왔다. 이에 환경부는 시민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식을 맺었다. 2026년까지 곰 사육을 금지하고 보호시설을 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립 예정인 보호 시설은 전체 사육곰의 절반도 보호하지 못하는 규모이다. 200마리 정도의 사육곰은 여전히 갈 곳이 없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직접 사육곰 구조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동물자유연대가 22마리 사육곰을 미국 생추어리로 보냈다. 동물권행동카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도 지난해부터 강원도 화천에 사육 중이던 15마리 사육곰을 구조해 돌보고 있다. 향후에는 곰을 보호할 수 있는 생추어리를 건립하겠다는 목표이다.
사육곰의 숫자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웅담을 위해 도축되기도 하고 열악한 환경에 못이겨 죽기도 한다. 최근에는 철장을 탈출한 곰이 사살된 사건도 발생했다. 하루 빨리 사육곰을 위한 보호시설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30년간 철창에 갇혀 살아온 사육곰은 철창 안에서 생을 마감할 것이다.
* CITES :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반달가슴곰은 CITES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종으로 협약에 따라 상업적 이용을 위한 국제거래가 제한된다.
* 생추어리(Sanctuary) : 생추어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동물을 구조하여 죽을 때까지 편안하게 돌보는 시설을 말한다. 동물을 이용해 이윤을 창출하지 않으면서 단지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