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중년여자, 행복한 거다

by 김현정

긴 앞머리를 잘랐다.

앞 가르마를 하고 옆으로 살짝 머리를 쓰다듬으면 잘 넘어가게, 허리보다 조금 더 긴 머리를 조금 자르고 중성매직셋팅펌을 했다. 8월 30일 금요일 오전에 나는 변신을 했다. 펌이 거기서 거기지, 절대 아님. 펌에 따라 사람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가을 분위기 흐름을 타고 싶어서, 좀 센티멘탈한 분위기 있는 여자가 되고 싶어서 스타일을 바꾸어 보았다. 주변 반응이 꽤 괜찮다. 도시여자 같네, 퇴근하고 나를 본 남편이 세련되어 보인다,라고 5살은 더 어려 보여, 기분 좋아지는 말을 쏟아놓는다. 오잉, 난 그럼 그동안 도시여자 아니었나? ^^ 도시여자가 내 이상형입니다.


나는 도시여자가 좋거든요. 세련되어 보이는 게 좋아요.

태도도 말도 행동도 세련되어 보자. 좀 세련되어 지자. 난 당당한 게 좋아. 그래서 김윤아 가수를 좋아한다.

패션도 일도 가정도 다 잘 꾸려가는 여자, 정은채 배우도 좋아한다. 분위기 있고, 패션도 헤어스타일도 내 마음에 든다. 짜짠! 이제 그런 여자가 되어보는 거야. 나라고 그런 여자 안 될 이유가 없잖아. 질질 짜는 건 나랑 안 맞아. 난 당당하고 멋진 게 좋아.


가을학기부터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그림을 배운다. 초상화부터 배우고 싶었다. 연필로 그리는 초상화, 기대가 많이 된다. 나는 사실 남자 선생님들은 좀 불편하다. 선생님이 여자분이셔서 덜 긴장된다.

한국무용은 여고시절에 학교에서 무용선생님이 한국무용 전공자이셔서 2년 내내 했었다. 한국무용을 3개월 정도 해보려고 수강신청을 했다. 설렘 가득, 기대 가득하다. 한복치마와 버선을 신고 한국적인 선을 배운다는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짜릿하다.

영어회화도 혼자 하니 늘지도 않고 재미가 별로 없다. 영어회화도 같이 공부할 동료가 필요하다. 영어회화 수강 신청도 했다. 팝송도 신청했다. 공부할 때 같이 묶어서 열심히 해보고 싶다. 모든 게 설렘 가득, 기대 가득하다. 내가 좋아하는 팝송을 나도 좀 자신 있게 불러보고 싶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있으면 배로 행복하다.


어제 4절 스케치북과 4B연필, 지우개, 휴대용 자동연필깎기를 샀다. 남편과 함께 큰 문구사에 갔다. 그림 재료가 가득한 곳에서 그림 재료들을 돌아보면서 흥분이 되었다. 유화물감, 수채물감, 파스텔, 콘티로 그리는 연필 초상화에 쓰는 목탄, 여러 가지 붓들, 캔버스, 한참 동안 남편과 돌아보면서 앞으로 미술 공부를 하게 될 나를 그리며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었다. 남편도 덕분에 학창 시절 미술 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즐거워했었다.


지난 봄학기, 여름학기에는 미술사, 미술이론, 여러 작가들의 삶과 작품 공부를 했었다. 그 공부를 하면서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리고 싶었다. 이제 가을학기부터는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리기 위해서 실기 왕초보가 되어서 그림 공부를 열심히 해보련다. 그림공부는 나를 어떤 세계로 이끌어줄까?


단단한 사람이 되어주길 ~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주길 ~ 참한 사람이 되어 주길 ~ 그런 사람이 되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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