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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Oct 09. 2024

맛있게 보이는 삶들 속에서 잠시 서성거려 보다

어쩌다 지난 며칠 동안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면서 잠시 서성거려 보게 되었다.

전혀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었던 사람들의 삶들. 그들의 삶을 몰입하듯이 며칠 보면서 부러움이 들기도 하고 또 저런 삶이 영어 속담으로 "The same old song and dance" (늘 반복되는 삶이라는 말)라는 말처럼 또 누구나 살아가는 삶. 인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그 삶 속에는 어떤 철학적인 면이 있을까? 곱씹어보기도 했다. 


어쩌다 황신혜의 영상과 밀라논나의 영상을 같은 날 동시에 보게 되었다. 

황신혜는 한국의 여배우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밀라논나는? 현재 73세 할머니로 한국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을 간 최초의 한국인. 패션계의 거물이었고, 예전 삼풍백화점의 임원이기도 하였다. 한 분은 65세 이전의 여배우, 한 분은 손자 손녀는 없지만 65세부터는 노인이라는 분류대로 하자면 할머니다. 


두 분의 영상의 공통점은 삶, 인생인데 패션, 뷰티, 여행, 가족, 지인들, 맛집, 아침의 루틴, 평소에 먹는 것들, 뭐 그런 소소한 것들이다. 우리 삶 속에 다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뭔가 달라 보이고 근사한 게 있다. 일반 소소한 사람들이 가지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들이 있었다. 그것은 부러움으로 귀결되었는데, 멋진 장소에서의 삶이었다. 


여배우는 내가 가보고 싶은 나라들 예를 들자면 파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크로아티아 그런 나라들에서 딸과 함께 소소하게 여자로서 재미있게 보내는 삶이 그려져 있었고, 밀라논나는 초등4학년부터 70대 노인들까지 폭넓은 세대들에게 공감을 만들어내는 철학적 담론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배우는 패션, 뷰티, 여행, 맛집을 소개하면서 가족과 지인들과의 재미있고 소소한 삶을 통해 더 늙기 전에 놀 수 있을 때 갈 수 있을 때 먹을 수 있을 때 가족과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자. 나의 주관하고도 딱 맞았다. 지금의 내 신념과 비슷했다. 황신혜는 진짜 즐거워 보였고, 신나 보였고, 나이에 비해서 많이 젊어 보였다. 여전히 예쁘고 아름다웠다. 


밀라논나는 평생 동안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왔는 자신의 삶 속에 녹아든 자신만의 신념, 철학을 담아내는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봉사의 삶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오드리 헵번이 떠올랐다. 


딱히 검색을 하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또, 잘 나가는 여러 연예인들의 영상들을 보게 되었다. 춘추전국시대 같다. 


눈만 트면 쏟아지는 각종 영상들

정보가 쏟아지는 현대 시대에 살아서 정보평등은 되는 것 같다. 많이 배운 사람이나 적게 배운 사람이나 돈이 많은 사람이나 돈이 별로 없는 사람이나 사회가 인정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막일을 하는 사람이나 누구든 관심을 갖고 보기만 하면 원하는 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원하는 정보들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연예인들이 앞다투어 영상들을 올리는 것은 유감스럽다. 나는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연예인들이 그들의 자본력과 그들의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재주껏 취향껏 올리는 영상을 뭐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나는 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여행지에서 패션, 유명한 식당, 카페들을 소개하는 것은 우리 같은 소시민 입장에서 유용한 정보일 수도 있지만 텔레비전, 라디오, 영화에 이어 유튜브와 숏폼까지 그들의 영역이 되는 시대를 접하니 소시민들은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느낌이 나는 든다. 자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사실 좀 든다.  


70대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삶과 나이 듦에 대한 성찰 그리고 주변 이웃들을 돌아보는 삶에 대해서 통찰력 있게 영상을 올려서 초등4학년부터 70대까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 같고, 또 어떤 60대 여배우는 여전히 젊음과 미모를 갖고 있어서 뷰티와 패션에 대한 자신의 팁을 올리고 있다. 다 좋은 정보지만 내 경우에는 70대 유튜버에게 더 한 표를 드리고 싶다. 그분의 영상을 금요일 저녁에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삶의 성찰과 통찰력에 반했고, 저렇게 나이 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토요일에는 몇 개의 영상을 더 보게 되었다. 규칙적인 루틴, 삶에 대한 성실성, 인내심, 끊임없이 공부하는 삶, 남편과 자녀들과의 삶,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삶 그런 모습들이 경이롭게 보였고, 나도 저렇게 멋지게 내 삶을 가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 다 멋진 삶을 살고 있다. 굳이 표를 누구에게? 그러자면? 좀 더 철학적인 면이 강한 분에게 한 표를. 그래서 그런가? 내가 한 표를 드린 분이 구독자 수가 엄청 많았다.)


(한 열흘 전에 우연히 영상들을 접하게 되었고, 지난주에 얼렁뚱땅 쓴 생각들을 한 자리에 모아보았다.)


(오늘 아침에 여러 영상들을 보고, 느꼈었던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또 어쩌다 보니 우연하게 생각지도 않았던 여러 가지 유튜브 영상들을 퓨전 일기처럼 보게 되었다. 

아, 나만 몰랐네. 

유명한 여배우들의 각종 쏟아지는 유튜브 영상들, 숏폼 영상들,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호기심과 관심, 재미로 한 때 인기가 많았고, 지금도 인기가 많은 예쁜 여배우들의 영상들을 며칠 공부하듯이 보았다. 공통점은 다 삶이었다. 인생이었다. 사생활인데, 취미, 취향이 돋보이는 영상들이었다. 여행지에서 쇼핑, 패션, 뷰티, 여행지 소개, 모닝 루틴, 생일과 연말 파티, 나는 일단은 재미가 있었다. 배우고 싶은 것도 있었고, 유용한 정보가 많았다. 며칠을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삶 속에서 서성거렸다. 그런데 처음에는 부러웠는데 나중에는 조금 덜 부러웠다. 그리고 영상이 지루해졌다. 더 이상 호기심과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다음에는 그들의 삶이 부럽지가 않았다. 나의 삶도 인생도, 그들의 삶도 인생도 열심히 노력해서 성실히 노력해서 얻은 삶이다.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삶이고 인생이다. 

자신의 주관대로 신념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내 내면을 깊이 성찰하고 내 내면에 귀 기울이고 그리고 부끄럽지 않게 살면 되는 것이다. 또 조금 기울어지면 어떤가? 오뚝이처럼 일어나면 되고 그런 거지. 사람은 다 불완전하다. 신이 아니니까. 실수도 잘못도 한다. 



나는 인생관이 조금 유연해졌다. 나이가 들어서 철이 들어서 아니면? 경험이나 체험에 의해서일까?

사실 경험과 체험 때문에 바뀐 게 맞다.

지난 30여 년의 삶, 인생에서 요즘 바뀐 게 많아졌다. 

- 호주와 스페인 여행에서 유럽 사람들의 삶과 인생을 즐기는 모습들이 신선했었다. 바닷가에서 수영하고 나오는 비키니 입은 할머니, 할머니 손을 잡고 걸어가는 다정한 할아버지들의 유유자적한 삶, 아름다운 해변가의 벤치에서 한 잔의 커피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 20대처럼 멋진 유니크한 옷차림을 하고 언덕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건강한, 활기찬 웃음을 보면서 나는 내 노년을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 여유로운 삶을 준비하고 싶었다. 당연히 물리적인 돈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런데 취미, 취향도 준비해야 된다. 가령 수영을 할 줄 알아야 한다든가, 여행 스케치를 배워 두어야 한다든가, 라틴댄스를 배워 두어서 현지에서 현지인들처럼 즐긴다던가, 영어로 불어로 일어로 스페인어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 본다던가, 나는 그런 인생을 삶을 꿈꾸게 되었다. (알고 보니 나는 라틴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다. 흥겹고 즐겁다. 체력증진!)


- 내 주변의 사람들이 아직은 젊은 50대 중반, 60대 중반에 갑자기 돌연사를 해서 내 삶과 인생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 남편이 하는 마라톤 모임에서도 이제는 마라톤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 이제는 험담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돌연사 한 그들은 너무 열심히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뛰는 사람은 뛰고 걷고 싶은 사람은 걷는다고 한다. 걷는 사람에 대한 그들의 시각, 관점이 유연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힘들 때 걸어도 눈치가 안 보이고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그게 건강을 잘 지키는 것이니까. 잠시 쉬면 더 뜀박질을 잘하게 되니까.


삶을, 인생을 즐기고 싶다. 열심히 해서 뭔가를 성취하고 이루어야 하는 나잇대도 있고, 삶의 목표나 가치관이 좀 바뀌어야 하는 나잇대도 있는 것 같다. (불안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나만의 생존 필살기 덕분에 버틴다.)


- 지난 4년의 사업과 삶, 인생 때문에도 바뀌게 되었다. 나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밖에서 보이는 삶, 인생보다 내가 살고 싶은 삶, 인생에 대해서 더 많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알고 보니 요즘 트렌드가 마이 라이프다. 나는 패션을 좋아한다. 전에는 돈과 시간이 없어서 꾸미고 싶을 때 마음껏 꾸미지 못했다. 요즘은 나를 꾸며본다. 아직은 젊어서 꾸민 나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못나 보이지는 않다. 그런데 진짜 할머니가 되면 아무리 꾸며도 할머니처럼 보인다. 그래서 나는 진짜 할머니처럼 보이는 할머니가 되기 전까지는 마음껏 패션과 뷰티를 누리고 싶다. (할머니가 나쁜 것은 아닌데, 아직은 마냥 젊고 싶다. 이쁠 때 가꾸고 싶다.)


최근에 여러 브랜드의 옷을 구매하여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그 자체에 재미가 있었고 나는 즐겼다. 그리고 어떤 브랜드의 옷이 내 사이즈에 적당히 잘 맞고, 내 취향에도 잘 어울렸으며,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와도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구매할 때 할인율과 좋은 가격대까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좀 다해보고 나니, 이제는 안 사고 싶어졌다 ^^ 갖고 있는 것으로도 이제는 충분해졌다. 


- 나는 예술가로 살 거예요, 호기롭게 나의 삶과 인생에 대해서 방향을 정했었다. 퇴직하면서 남편에게 던졌던 나의 돌파구, 그 예술가는?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어떤 예술가로? 그건 궁금하다. 내가 지향하는 방향대로 내 속에서 꿈틀거리는 방향대로 잘 갈지? 아니면 또 다른 예쁘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나를 반겨줄지? 아니면 유니크 한? 아니면 카멜레온? 그런데 어쨌든, 나는 예술가로 살고 싶다. 아직은 정의를 내리지는 못한다. ㅠㅠ

그래서 나는 꿈꾼다. 미지의 나를 발견할 때까지 내 속에서 관심이 가는 대로 흥미가 가는 대로 배운다. 흘러가보려고 한다.  



*** 댓글을 달아주신 작가님들 덕분으로 마음이 허할 때 힘이 되었고, 위로가 되었고, 격려가 되었다. 내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을 해주신 작가님들 덕분으로 그리고 구독으로 한 표를 주신 작가님들 덕분으로 글을 열심히 써보자,라는 각오도 하게 되었다. 유튜브를 하시는 분들도 나와 같은 마음을 표현한 것을 여러 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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