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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Oct 12. 2024

한강 작가의 파급 효과

그날 밤, 남편과 나눈 대화.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이 주는 우리 사회의 파급적 효과에 대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나는 그날 밤, "대단하다!"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 한국 작가의 최초의 노벨문학상, 남자가 아니라 여자, 그녀의 파리하면서도 수수한 맑은 얼굴이 떠올랐다.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남자 작가들의 얼굴, 여자 작가들의 얼굴, 내가 알고 있는 작가들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남편과 나눈 대화에서 나는 번역가의 능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예전에 그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한글을 번역할 때 영어권에 그 의미 전달이 잘 되지 않아서 상을 받는 데까지는 못 갔다는. 번역에 대해서 남편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이 10월 10일 목요일 저녁, 그 전날은 10월 9일 한글날 그리고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려지고 있는 날의 시작은 10월 11일 금요일.

나는 한국 사람이다. 여성이고, 같은 50대 나잇대이고 또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알게 된 날, 그날 밤에 나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남편과 한강 작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아마 아주 오랫동안 이 날을 기억할 것 같다. 한강 작가와 동시대에 살고 있어서 나 역시 아주 기뻤다. 


아주 오래전에 소설을 습작할 때 나 역시 한강 작가의 <몽고반점>을 읽었다. 아직도 우리 집 책장에 꽂혀있다. 그때는 한국 문단에서 문학상을 받았던 작가들의 글들을 주로 읽었다. <몽고반점>이라는 제목에 흥미를 느끼고 이 책을 골랐던 기억이 난다. 


한강 작가가 이루어낸 그 성실성. 30여 년의 집필의 결과.

축구에는 박지성, 손흥민

피겨에는 김연아, 성악에는 조수미, 피아니스트에는 임윤찬, 미술에는 백남준

나는 그런 인물들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이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인, 한강 작가의 얼굴도 뇌리에 박힐 것 같다. 


임윤찬의 그라머폰상 2관왕 소식에 이어 터지는 한국의 노벨문학상 소식!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0월 2일 저녁(현지 시간) 세계 최고 권위의 음반상으로 알려진 영국 그래머폰상 2개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피아니스트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사진은 올해 7월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콘서트홀에서 열린 리사이틀에서 연주 중인 임윤찬. 사진 출처 임윤찬 인스타그램, ⓒAlvin>



그날 밤 잠들기 전에,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학계, 더구나 소설작가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위대함, 대단함이 우리 사회에 "쓰는 것(Writing)", 읽는 것(Reading)"에 엄청난 돌파구를 던져 준 것에 대해 감사했다. 


지금은 영상의 춘추전국시대다.

영화계에서 요즘 떠오르는 인물, 77세의 윤여정, 그리고 그녀의 간질 나는 인터뷰들, 그녀의 촌철살인 유머들

이 또 떠올려졌다.


그런데 문학계에서 세계의 거장이 나왔다. 그녀의 시적인 산문문체. 그 짧은 평가로, 시가 주는 울림, 시가 주는 압축미, 예술성 짙은 문장들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이며, 산문이 주는 경이로움, 특히 소설의 위대성과 감동성을 찾는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을 것이며, 그로 인한 각계각층의 시너지 효과는 더 얼마나 파급적일까? 


나는 그런 생각으로 사실 좀 벅찼다.


그런데 금요일 아침부터 한강 작가의 소식이 한국 사회를 한 곳으로, 한마음으로 집결시켰다. 모처럼 서점가의 활기, 출판문화의 활기 더불어 우리의 문학을 찾는 세계의 소식. 반가운 소식들이다. 한강 작가 덕분으로 다른 한국 작가들의 관심도 흥미도 생길 것 같았다. 내 짐작대로 그런 뉴스도 나왔다. 좋은 소식들이 반갑다.


나는 무엇보다도 문학에 대한 꿈, 소설가의 꿈을 꾸게 될 청소년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 반가웠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아이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아이들, 유튜버가 되고 싶은 아이들, 어떤 꿈이라도 다 좋은 꿈이다. 그런데 나는 문학을 꿈꾸고, 소설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한강 작가가 귀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보여준 성실성, 인문학적 교양 그리고 그 결과가 우리 사회에 줄 긍정적인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시너지 효과는 관광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한강 작가가 살고 있는 한국에 대한 궁금점이 생기지 않을까? 우리의 역사에 대한 관심도 흥미도 더 많이 생기게 될 것이다. 


한강 작가로 인해 한국 사회는 많은 것을 이루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나도 동시대에 살고 있는 50대 여성으로서 그 물결에 한번 타보고 싶다. 어떤 대단한 성취는 아니더라도 내 아이들, 내 남편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시간은 어차피 흘러간다. 흘러가는 그 시간이 아쉽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노력의 탑을 쌓아야겠다. 돌 하나가 쌓여서 탑을 이루지 않는가. 내가 꿈꾸고 있는 것들을 향해서 오늘 이 하루도, 성실히 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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