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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Oct 11. 2024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 보인다

자정이 다 되었다. 

똥 마려운 개처럼 나는 안절부절 했다. 남편은 소파에 편안히 앉아서 축구를 보고 있었다. 한국과 요르단이 하는 축구 경기였다. 나는 화장실 쪽으로 갔다가 안방 안으로 왔다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마음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서성였다. 내가 꼭 똥 마려운 개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꼭 똥 마려운 개 같아.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고 있어."

"그래? 그럼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해."

"뭐, 풋하핫!"

하고 막 웃어댔다. 남편이 던진 무심한 말인데, 난 하나도 화가 안 나고 그냥 웃음만 나왔다. 남편의 개그코드를 이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담백하게 던진 말이 나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그걸 난 알았기 때문이다.


왔다 갔다 서성이고 있기 전

나는 남편에게 

"나, 실수했어. 잘못했어. 발행하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려고 취소하고 다시 한번 더 봤거든. 다시 한번 더 보고 발행할 때, 체크해야 하는 곳에 체크를 안 하고 그냥 발행 눌렀다가 잘못했어. 그래서 다시 다 복사해서 다시 발행했어."

"그리고 죄송합니다, 하고 올렸어."

"왜? 그랬어?"


자동키워드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검색을 했다. 검색에 나온 "가족, 가족사진" 두 개 중에서 가족을 고를까? 가족사진? 을 고를까? 글 내용의 마지막에 쓴 기념사진으로 검색을 해볼까?


신경 안 써도 될 것을 신경 쓰다가, 시간을 보니 11시 30분이 좀 넘은 것 같았다. 고심하는 내가 못마땅했다. 조금 전, 다시 확인하기 전에 연재브런치에 체크를 했으니까, 당연히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발행을 눌렀다. 누르고 난 다음, 찰나의 순간에, 연재브런치 체크하면 다시 한번 더 묻는 팝업창이 뜨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잘못 눌렀다! 12시, 자정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14화를 화요일에 나오는 대로 써 놓았다.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써두었다. 쓰고 나니 좀 내키지가 않았다. 민낯이 너무 다 드러나서, 이런 걸 발행해야 하나?


점점 글을 발행하고 나면 발가벗겨진 느낌 때문에 나는 브런치스토리 사이트에 들어오는 게 두려웠었다. 애써 들어오지 않았다. 내 글에 반응해 주는 사람들로 인해서 고맙고 감사하기도 하고, 내 오장육부가 다 보여진 것 같아서 도망치고 싶기고 했었고, 내가 내 모습을 다시 보는 게 무서웠었다. 


그 14화 글의 뒷부분에 무엇을 써야 할 지도? 막혔다. 달리 써야 할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다. 좀 두고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목요일 아침이 되었다. 오늘도 숙제를 잘하고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어회화 수업도 재미있게 몰입해서, 라틴라인댄스 수업도 숨 가쁘게 빨리 휙, 휙,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어깨에도 등에도 땀이 맺혀서 겉옷을 걸칠 수가 없었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안 되어서 기차를 타고 집으로 오니 벌써 오후 3시가 훌쩍 넘었다. 


멜론은 껍질이 야무져서 사과 껍질 벗기듯이 나는 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 멜론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몇 개의 도시락통에 준비해 놓은 시원한 멜론과 정수기의 물 그리고 동네 편의점에서 사둔 오징어 땅콩 과자로 점심을 대신했다. 그리고 애용하는 믹스커피 한 잔으로 뒷가심을 달랬다.


늦은 오후가 지나가고, 저녁시간이 되고, 밤시간이 되었다. 발행해야 할 글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이 글을 나는 또 발행해야 한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있었다. 점점 내 연재가 망쳐지고 있는 것 같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부둥켜안고 있다. 


시간은 자꾸 지나가고 있었다. 마음의 부담감은 자꾸만 차올랐다.


어떻게 또 실수와 잘못의 연발을 하면서 목요일을 버텨내고 밤 12시, 자정이 넘었다. 금요일이 되었다.

남편은

"걱정하지마, 그래도 읽을 줄 사람은 읽어 줄 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그리고는 남편의 옆 자리를 손바닥으로 탁, 탁 쳤다.

"여기에 앉아. 내 옆에 앉아."


"여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받았어."

"가짜 뉴스 아니야?"

"아니야, 인터넷 키니까, 인터넷 메인에 한강, 노벨문학상 받다. 기사가 있었어."

"그럼, 텔레비전 뉴스에 막 나오는 거 아니야. 좀 전에도 뉴스 받는데, 아무런 말이 없었잖아. 그런 거면 자막에 떠잖아."

그런가?

"여기 봐."

컴퓨터가 아닌 휴대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남편과 함께 보았다.

"어, 정말이네."

"어제 늦게 알게 되었으니까 아직 안 나온 것 같아."


오늘 아침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텔레비전을 통해 계속 나오고 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 차례 거론되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도 나왔다. 한강 작가의 파리한 모습도 보였다.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린 한강작가의 대단한 이력들, 문장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어제 목요일과 오늘 금요일, 하루아침에 세상이 또 달라보인다. 나는 또 아주 하찮게 보인다. 그래도 영어회화 문장을 듣고 따라하고 그런 연습을 오전 내내 했다. 

"Be grateful for the small things" (작은 일에도 감사하라)

"Today will not come again" (오늘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

"Opportunities comes to those who are prepared"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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