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1도이네. 옷을 따뜻하게 입고 나가요."
엊저녁의 밀린 설거지, 아니 어제부터 밀린 설거지를 남편이 새벽에 일어나서 말끔히 씻어놓고, 청소기로 방과 거실 바닥을 말끔히 한 뒤에, 내가 준비한 플레인 요거트를 곁들인 닭가슴살 샐러드와 따뜻한 삶은 달걀 1개, 배 조금 그리고 참깨 반 숟가락을 꼭꼭 씹어먹고, 내게 건넨 말, 나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따사롭다.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 덕분에, 그레이 울스트라이트 와이드 팬츠와 이너로 화이트 바탕에 파란색 줄무늬 면 티셔츠, 그리고 베이지색 바탕에 화이트 세로 줄무늬가 있는 울과 면이 적절히 섞인 재킷을 입고 외출을 했다. 도톰하지만 두껍지 않은 목도리를 준비해 놓고는 그만 집안이 따뜻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나왔더니, 바람이 꽤 차다. 서늘하다. 다시 들어가서 목도리를 가져오고 싶었지만, 그러면 늦을 것 같아서 갈 길을 재촉했다. 도심 속에서 갈대가 느껴지는 가을 날씨, 10월 마지막 주 월요일 아침에 나는 마음만은 푸근하다.
첫 번째로는 지난 6개월간의 여정을 편안히 마무리했다는 점이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 준다.
두 번째로는 이제, 봄도 여름도 갔다는 점, 쓸쓸하게는 안 느껴지는 가을, 그저 내게는 풍성하게 와닿는다.
세 번째로는 이제, 나의 글쓰기 2막이 시작되었다는 점, 부족하지만, 갈 길은 까마득하고 멀지만 그래도 나는 살아가게 되니, 나의 삶과 나의 글쓰기가 한 몸이 되어 게으름 피우지 않고 걸어간다면 내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나는 어떤 글쓰기로 나의 삶을 마무리할까? 무척 기대가 된다. 그 길을 가는 게 좋다. 나만의 사유, 나만의 언어, 나만의 글쓰기가 있다는 게 그냥, 좋다. 숙명인가.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 준다. 내면의 나를 만나고 있다. 내면의 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욕심도 내려놓게 되고, 갈망도 내려놓게 된다. 시간이 선생님인 것 같다. (오후 02:30)
*** 내년, 이때쯤, 나는 이 글을 읽고 있을 때, 또 나는 어떤 사색을 할까?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 사유의 발자취를 남겨 놓고 싶다. 내년을 위해서 :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갖고 싶다. 말을 아끼고 싶다. 말을 쏟아내기 전에, 한 번 더 참아야겠다.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기에.
내년, 이때쯤, 이 다짐을, 돌아보려고 해요. 나는 1년을 잘했었나? (오후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