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준비가 된 게 없는 삶
최근 MBTI의 열풍이 좋았던 이유는,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는 거였다.
예전엔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라며
이해되지 않던 것들을,
이제는 “아, 저 사람은 T여서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 자신도 “나는 J야”라고 설명할 수 있어 편리했다.
그렇다. 나는 타고난 J 인간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사람.
20대까지만 해도 내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갔다.
한 치의 오차도 없었고, 그래서 편리했다.
그런데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는 달랐다.
당장 1분 뒤의 계획조차 쉽게 틀어지곤 했다.
최근의 나의 상황은 더 극적이다.
군인인 남편이 장기 복무에서 탈락하면서,
우리는 전역과 이직에 맞춘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역 며칠을 앞두고 갑자기 추가 기회가 생겨,
다시 군인이 되었고, 이제는 아주 먼 섬으로의 이사를 앞두고 있다.
뉴스에서나 보던 섬이, 이제는 내 집이 될지도 모른다.
어른의 삶은 매일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삶이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맞이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요즘 나는 의식적으로 ‘덜 생각하려’ 노력한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해도 결국은 틀어지기 마련인 삶에서,
실망과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지키고 싶어서다.
아마 내 주위 사람들이 나를 본다면
요즘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어떻게든 되겠지~”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내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뿐이다.
요즘에는 이렇게 생각한다.
섬에 가게 되어 좋다.
서울 토박이였던 내가, 아무 직업도 연고도 없이 어떻게 섬에서 살아보겠나.
이 또한 귀한 기회다.
둘째가 생겨서 좋다.
첫째 아이에게 우리가 없어도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생겼으니 말이다.
첫째 덕분에 웃는 날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 행복이 두 배가 되겠지?
언제 이사할지, 어디서 살게 될지 모르는 삶도 나름 재미있다.
그래서 지금 내 곁에 있어 주고,
내 이야기에 함께 웃고 슬퍼해주는 인연들이 그저 고맙다.
뭐 하나 준비가 안된 나의 삶에
나를 지키기 위해
감사를 더해본다.
앞으로의 길이 어디로 흘러가든
감사를 잃지 않는 한,
그 불확실함마저 내 삶이 될 거라 믿는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그냥저냥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