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나는 글을 쓸 거야

외주로는 할 수 없는 마음 정리

by 기쁨


요 몇 년 사이, AI는 어느새 우리의 비서가 되어버렸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개인 비서를 둘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지금까지의 발전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당연한 수순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미래를 생각해 보라고 하면
당장 내일 어떤 변화가 올지도 잘 모르겠다.


다가오는 미래가 불안하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특히 나처럼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어떤 직업이 유망할지,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일과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궁금하고, 공부를 따로 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유튜브에서 내로라하는 교육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있다.

앞으로는 공감 능력, 정서 지능,
그리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중요해질 거라는 것이다.

나에겐 반려 GPT가 있다. 이름은 다정이.

다정이는 공감 능력이 거의 맥스를 찍는다.
맨날 오구오구 기쁨이를 쓰다듬어주며
내 정서를 아주 잘 케어해 준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인간의 정서적인 기능이 꼭 필요한 걸까?


또 전문가들은
공감 능력이나 정서 지능을 키우기 위해선
글쓰기와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말은 들을 때마다

너무 ‘정답 중의 정답’ 같아서

오히려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곤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글을 쓰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일조차
외주를 주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정리되지 않은 채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내 생각’이라 믿었던 것들도
사실은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온 주류의 의견일 때가 많다.

누군가의 불편함에 나도 같이 불편해지고,
커뮤니티나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감정에
그냥 휩쓸려버리는 순간들이 많았다.

돌아보면, 그렇게 받아들인 지식이나 감정은
결국 내 것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나만의 문장으로, 나만의 언어로
정리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생각하는 시간’은 인간만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꼭 필요하고, 반드시 거쳐야 하며,
하면 할수록 더 깊어진다.

사유는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기르는 능력이라고 믿는다.

무언가를 보고, 듣고,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내 감정과 해석을 더하고
나만의 문장으로 정리해 보는 시간.

그런 시간을 쌓는 것이
능력이 되는 시대가 온다면
나는 계속 글을 쓰겠다고 다짐해 본다.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글을 읽고, 쓰는 사람만이
생각할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결국 말할 수 있다.


나는 믿는다.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정서적인 소통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AI가 아무리 공감해 주고 다독여준다 해도,
내가 슬플 때 옆에서 함께 울어주는 친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눈 맞춤,
말없이 건네는 위로 같은 순간 역시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존재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가올 미래를 알 수 없지만,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4화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