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ility

by EVAN

스스로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 사이의 간극이 좁을수록, 사람은 더 깊은 평온과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살아가다 보면 이 두 세계 사이에 큰 틈을 지닌 사람들을 자주 마주친다. 현실에서든, 익명의 온라인 공간에서든 누군가를 향한 날 선 비난과 도덕의 칼날은 어쩌면 자신에 대한 지나친 확신, 혹은 이상화된 자아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진짜 문제는, 우리가 인식하는 ‘나’와 세상이 바라보는 ‘나’가 같다고 착각하는 순간에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같은 이유로, 사회나 조직에 대한 불만, 타인과의 갈등, 비판적이고 방어적인 태도 역시 생겨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충분히 유능한데, 다른 사람들이 못 따라온다.”

“나는 열심히 하는데, 조직이 무능하다.”

“나는 옳은데, 사회가 틀렸다.”

이런 식의 사고 말이다.


더불어, 꽤 이른 시기부터 일을 시작해오며 건강하지 못한 가치관을 가진 이들을 자주 마주해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마음속에 새기곤 한다. 학교, 군대, 회사 등 다양한 조직 속에서도, 자리가 높아질수록 처음의 태도와 겸손함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어쩌면 브라이언 클라스의 『권력의 심리학』에서 말하듯, 권력이 사람을 바꾸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권력을 얻는 데에는 상황이나 시기 같은 운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며, 그것이 곧 그 사람의 유능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직책이나 직급, 나이, 연차 등으로 인해 일종의 권력 관계가 형성되면,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갖게 된다. 문제는, 이 조심스러움이 ‘존중’이나 ‘신뢰’로 오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피드백은 점점 줄어들고, 자칫하면 자신을 과대평가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런 자리에 오를수록 더욱 깨어 있어야 한다.


아직 그런 위치에 서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쉽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더 큰 책임과 무게를 마주하게 될 날이 온다면, 그때야말로 지금의 다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내가 옳지 않다고 여겼던 모습으로 변하지 않도록, 끝까지 경계하며 살아가고 싶다.


무언가에 대한 이해와 실력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더 분명히 깨닫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넓고, 개인은 그저 작은 점에 불과하니까.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의 미숙함에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며,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 사이의 간극을 좁혀가며 평온하게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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