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부작용이었다.
약을 바꿔 봅시다.
너무나도 반가운 말씀이었다.
약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알 수는 없다.
최소한 나의 하소연에 반응을 해 주는 것에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다.
나는 어떤 약도 감당을 못하는 특이체질이다.
감기약, 당연히 못 먹는다.
진통제, 그것도 못 먹는다.
약성이 있는 어떤 것도 내 몸은 감당을 못한다.
일단 어지럽고, 울렁거려서 토할 것 같고, 걸을 수가 없다. 그 모든 약기운이 빠질 때까지 미칠 것 같은 괴로움으로 누워 있어야 한다.
생기다만 몸에 아버지 집안 체질을 물려받아 대사이상증후군이 일찍 시작되었다.
도저히 콜레스테롤이 오를 수 없는 식성이지만 고지혈증이다. 고혈압도 있다. 술은 입에도 안 대고, 고기도 거의 안 먹는 식성이지만 고요산혈증까지 종합 선물 세트다.
어쩔 수 없이 약을 먹지만 약 부작용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덜 힘든 약을 처방받고 싶어서 병원 투어를 했다.
왜 의사들은 한두 번 처방을 하면 그 약이 최선이라고만 하는 걸까?
병원을 7곳을 돌고, 소개받아서 간 8번째 병원에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모든 부작용과 힘듦을 감당하고 5년을 버텼다. 힘들다고 부작용 같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괜찮다고만 했다. 나는 안 괜찮은데..
처방된 약을 인터넷에서 찾아본 딸아이가 일단은 다시 병원을 옮겨 보자고 했다. 다시 딸아이의 폭풍 같은 검색을 거쳐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나는 말 그대로 아무 기대도 없었다. 기대를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해 봤으니까!
그런데..
내 하소연을 들으신 원장님은 먼저 그 약들을 찾아보시고 부작용을 확인하시는 것이 아닌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 내가 당황할 정도였고..
부정맥, 서맥이 있거나 당이 있는 사람은 쓰면 안 되는 약이었다고 내가 약을 먹고 느낀 힘듦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설명을 해 주셨다. 심지어는 굳이 안 써도 되는 심장약을 먹고 있었다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그러면 고지혈증 약도 안 먹으면 안 되냐고 사정을 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약 안 먹고 운동하고 식단 조절도 해 보자고 할 수 있는데 혈관이 너무 안 좋아서 위험하다는 말씀이었다. 대신 최대한 힘들지 않은 약으로 찾아 주시겠다고!
약을 먹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약에서 얻는 이점이 많을 때는 그 약을 쓰는 거다. 약을 먹어서 내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 약은 안 먹는 것이 맞다. 약을 먹는 것은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원장님의 설명이셨다.
명의란 이런 분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환자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서 해결해 주시는 분!
그렇게 시간 간격을 두고 약을 조절했다.
심장약은 워낙 오래 먹었던 약이라 한 번에 빼기는 그렇다고 반으로 줄여 주셨다.
혈압약, 고지혈증 약을 먹으며 10년 가까이 아침마다 어지러움, 울렁임, 무기력과 나른함, 숨쉬기가 버거운 느낌이 있었다. 약기운이 조금 사라지는 저녁 시간이 다가오면 상태가 호전되는 마법에 걸리는 날들이었다.
약을 바꾼다고 한 번에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약을 바꾸고 2주 가까이 지난 지금은 아침마다 걸리던 저주에서 많이 벗어났음을 느낀다.
우선은 약 때문에 힘들었던 부분을 해결했다.
남아 있는 다른 문제들도 어떻게든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나는 마지막이라 생각했지만 주님은 그 막다른 길에서 내가 살 길을 열어 놓으셨다.
이렇게 약을 조절하면서 건강을 위한 노력들을 쌓아 가기로 한다.
내 인생 2막의 버킷리스트 - 건강하게 살아 보기가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꿈도 꾸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