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하며 든 생각
새해 첫 주에도 어김없이 아침 수영 강습을 다녀왔다. 선생님도 새해 맞이 새로운 다짐을 하신 것인지, 유난히 강도 높은 코스를 짜오셔서 같은 상급반 레인에 있던 회원들의 곡소리가 이어졌다.
접영-배영 / 배영-평영 / 평영-자유형 / 자유형-접영 각 50미터 3세트로 강도 높게 시작하니, 스마트 워치에 심박수가 금방 170을 찍고, 얼굴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으로 수영장은 금세 선녀탕이 된다.
그렇게 첫 세트가 끝났는데,
"자, 손은 접영으로, 발차기는 자유형 발차기로 갔다 오세요~!" 라고 외치는 선생님의 목소리.
안 그래도 잘 안되는 접영을 입수 킥, 출수 킥 없이 자유형 발차기로 하라니요...
상체가 내 생각처럼 올라와주지 않아, 물을 몇 번이나 먹었는지 모른다.
'오늘은 초반에 엄청 달리시네. 열심히 했으니 이제 쉬어가는 타임 주겠지 설마.' 라고 생각하는 찰나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귓구멍을 때린다.
"삐-익! 다시 접영으로 출바을~~~!!!!!"
체력왕인 우리반 1번, 노랑 수모 아주머니조차 "으악 너무 힘들어~~" 절규하며 출발한다. 멀어지는 노랑 수모를 보며 나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녀를 따라가고. 그런데 이게 왠걸? 너무 힘들어서 못할 것 같았던 접영이 아주 조금 잘 되는 것 같다. 접영 입수 킥과 출수 킥에 고마움을 느끼며 열심히 차니 훨씬 잘 올라오는 느낌이 드는 거다.
이것 참 신기하네... 그러나 이제는 진짜로 쉬어 갈 타이밍이다. 쌤 오늘 저희 진짜 너무 열심히 했어요.
"자, 갈 때는 배영, 올 때는 평영, 그런데 주먹을 쥐고 하세욧~!!"
이보시오 선생님 양반...손바닥으로 물을 잡으면서 가도 속도가 날까 말까인데, 주먹을 쥐고 가라니요.
주먹 쥐고 수영해보기는 처음인데 별거 아닌 것 같은 손바닥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다. 손으로 물길을 잡을 수 없으니 발차기는 더 열심히 차야 하고 팔은 더 빨라져야 한다. 그렇게 헉헉대며 돌아오니 다시 배영, 평영을 한 바퀴 돌고 오란다. 아오 정말 내 주먹이 우네 진짜...
그런데 다시 손을 펴고 영법을 하니, 물 잡히는 것이 너무 잘 느껴지는 것 아닌가.
아하...그제서야 오늘 코스의 의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어떤 성장은 불편해야만 얻을 수 있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다 맨몸으로 달리면 몸이 날아갈 것만 같은 것처럼. 오늘 접영 손 + 자유형 발차기 조합이나, 주먹으로 수영하기 같은 챌린지가 없었다면 평소와 다름없이 운동량만 적당히 채우고 나왔을 거다. 영법에 필요한 힘이 무엇인지도 구체적으로 느끼지 못했을 테고.
새해 첫 주 수영 강습 시간에 수면위로 떠오른 이 문장을 올해 모토로 삼기로 한다.
불편함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는 것.
*
1월 2일부터 인터넷 강의를 결제해서 듣기 시작했다. 퇴근 후 책상에 앉아 책을 피고 공부하는 건 정말 오랜만인데, 올해는 10월 말에 있을 공인중개사 시험 동차 합격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 너무나도 익숙해진 회사 생활과 반복되는 일상에, 뭔가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취 경험이 필요했다.
부동산에서 더이상 젊은 여자라고 무시당하는 일도 지겨워졌고.
첫 강의 OT 시간에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1년 있으세요? 뭐 결혼, 출산 같은 것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없습니다. 그런데 시험 준비한 1년은 나중에라도 기억에 또렷하게 남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것 성취하는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올해는 감히 주먹으로 헤엄치기를 감행해보려고 한다.
과연 결과는 어떨 지... 11월에 가벼워진 몸으로 헤엄치듯 합격수기를 쓸 수 있기를 바라며,
2025년에는 불편을 느끼는 일에 능숙해져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