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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가정의 달

점박이 유기견을 입양했습니다

by 이수


사람들은 왜 벚꽃을 좋아할까? 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같아서, 일주일만 지나도 금방 흩날리는 찰나의 순간이 소중하니까, 진득이 3 계절을 기다리면 또 여린 봉우리 안에서 팝콘이 팡팡 터질 날이 돌아오는 것을 아니까. 그리고 재채기가 나오는 간질간질하면서 따스한 햇살 아래 삼삼오오 모여 하얀 송이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너무 귀여우니까!


벚꽃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런 것들이 좋아서, 나는 벚꽃이 피는 계절에 결혼을 했다. 우리가 식을 올렸던 남산의 어느 야외 예식장은 입구에 벚꽃 나무가 있어 봄철이면 근사한 벚꽃비가 내리는 곳이었다. 하객들 오가는 발걸음에 연 핑크빛 동그라미들이 포르르 날리고, 조르르 차였으면 했다. 결혼식 당일엔 애석하게도 벚꽃비 대신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매년 돌아오는 이 시기는 항상 마음을 간지럽혔다.


올해도 어김없이 벚나무 가지에 봉우리가 방울방울 달리고, 팝콘처럼 만개하기 직전 주말.

우리 부부에게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봄처럼 왔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평생 꿈꿔왔던 일이고 결코 가볍지가 않은 일이라 고민이 깊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도 해보고, 아는 분의 강아지를 여러 번 펫시터도 하고, 주변 애견인들의 조언도 얻고, 책과 유튜브를 보며 진지하게 공부했다. 우리의 일상에 생길 변화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남편과 나는 각자 치열하게 고민해 보기로 했다.


유기견 보호 센터에 올라온, 눈과 귀에 얼룩이 있는 점박이 강아지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은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후였다. 3마리 남매 강아지의 사진을 보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이 작은 얼룩이에게 눈이 멈췄다. 고민 끝에 입양 문의를 넣은 뒤, 보호 센터의 절차에 따라 교육도 듣고, 인터뷰도 진행하고, 첫 대면 만남 날짜를 잡으면서도 실감은 잘 나지 않았다.


처음 그 작은 강아지를 만난 순간.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호기심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고 사람도 너무 좋아해 머리 박치기를 하며 뽀뽀를 날리던 쪼끄만 녀석. 꼬리는 헬리콥터처럼 빠르게 돌아가 날아갈 것 만 같고, 아직 나고 있는 이빨이 간지러운지 센터 선생님의 패딩 지퍼를 껌처럼 질겅질겅 씹고 있던 앙큼한 고 녀석!


입양을 확정하기 전까지 집 구조를 바꾸고, 일상의 루틴을 어떻게 바꿀지 점검하고 고민하는 시간들을 보낸 이후에 마침내 날짜가 정해졌다. 운명처럼 국제 강아지의 날에 한 2번째 대면 만남, 그리고 센터 바깥에서 처음으로 함께 코산책을 해본 3번째 만남을 거쳐, 마침내 이 말랑 따끈 강아지가 봄바람을 맞으며 내 무릎에 앉아 있다. (내적 비명)!!!!!!!!!!!!!!

센터에서 임시로 지어주신 이름이 있었지만,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많은 후보들이 있었고, 심지어 챗지피티가 50가지 강아지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지만..."콩떡 시루를 닮았어"라는 나의 말에 "시루 좋은데?"라는 남편의 답으로 이름은 "시루"로 정해졌다.


시루를 데려오기로 결정하고 나서, 많은 축하와 부러움과 "꺅!!! 어떡해!!"와 같거나 유사한 코멘트들을 받고, 더불어 많은 다정한 마음과 손길도 받았다. 당근마켓에서 강아지 계단을 나눔 받으러 간 날 밤엔 어느새 다른 손엔 쿠키까지 들려 있었고, 주변 강아지 맘들은 말없이 배변패드 한 짝을 자리에 놓고 가거나, 장난감을 보내주거나, 본인 강아지가 쓰지 않는다며 이동가방을 선뜻 내어주기도 했으니까.


시루가 보호센터에 있었을 때 공고 사진을 찍어주셨던 분이 SNS로 연락을 해 와, 소중한 꼬물이 시절 사진들을 공유받기도 했다. 다정함의 영향으로 우리 또한 선물 받은 강아지 간식을 당근에 나눔 하고, 보호센터에 사료와 장난감들을 약소하게나마 기증하기도 했다. 그래 역시...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인 게 분명해.


매년 벚꽃이 지는 게 아쉬웠지만, 올해는 떨어져 버린 꽃잎이 서운하지 않다. 금방 푸릇푸릇 초록 싹이 올라오고, 나의 작은 강아지도 일주일에 200그램씩 쑥쑥 커가니, 초록 가득한 잔디밭을 맘껏 뛰어놀 초여름이 기다려진다. 더 부지런해져야 하고, 신경 쓸 것도 많아졌지만 그 일이 귀찮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핑크빛 벚꽃 카펫 위에 앉아 있는 귀여운 모습에 녹아내린 여린 심장이 이내 책임감이라는 단어로 다시 무쇠가 되었다.


시루가 우리 집에 온 날은 시루의 생일이 되었고.

이제 매년 벚꽃 철마다 기념할 것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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