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신을 찾는 이유
[신을 믿는다는 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
프롤로그 – 우리가 신을 찾는 이유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감정과 마주합니다.
희망과 절망, 기쁨과 상실, 버팀과 포기 사이에서
어느 날, 문득 조용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혹은 어떤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괜찮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그 마음.
그 순간부터 신을 향한 여정은 시작됩니다.
이 글은 종교에 대한 설명이 아닙니다.
삶의 가장 고요한 무게 속에서
우리가 왜 신을 찾는지,
그리고 그 마음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바라본 기록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신을 찾게 되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가난이 삶을 지배할 때,
불안이 밤을 삼킬 때,
마음의 균형이 무너져버릴 때,
우리는 저 하늘 너머 어딘가에 있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향해 속삭이듯 기도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 존재를 ‘신’이라 부릅니다.
누군가는 불교의 부처로,
누군가는 기독교의 하나님으로,
또 누군가는 천주교의 성모로 부르며
저마다의 상처를 의탁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이름’이 아닙니다.
‘어떤 신을 믿는가’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상처에서 그 믿음이 시작되었는가’입니다.
인간은 고통과 결핍의 문턱에서 비로소 신을 찾게 됩니다.
누군가는 외로움 속에서,
누군가는 절망 속에서,
누군가는 삶이 너무 무거워 더는 혼자 견딜 수 없을 때
신이라는 존재를 향해 조용히 손을 내밉니다.
믿음은 종교 이전에,
인간의 내면에서 솟아오른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인지도 모릅니다.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한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세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이었고,
이혼이라는 아픔 뒤에도 늘 담담하게 살아가던 사람이었죠.
어느 날 그녀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하나님을 믿으면, 천국에 갑니다.”
그녀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쌓인 삶의 피로가 묻어 있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렇게 단단히 매달렸을까.”
그녀의 말은 곧 기도였고, 그 기도는 마음 깊은 외침처럼 들렸습니다.
그녀가 신을 믿게 된 이유는 어쩌면 단 하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삶이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나 역시 한때 불교를 가까이했습니다.
신도가 된 건 아니지만,
인문학을 통해 만난 석가모니의 고행과 깨달음은
내 마음에 잔잔한 흔들림을 주었습니다.
‘비움’이라는 말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
‘고통의 원인’을 스스로 마주하지 않고는
그 누구도 진정한 평온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책 한 구절을 읽고,
멍하니 앉아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불교는 내게 종교라기보다,
마음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무교로 살아가고 있지만,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더 깊은 존중을 품게 되었습니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꼭 교회에 가거나 절에 가야만 가능한 행위가 아닙니다.
어쩌면 그것은
“이 고통을 나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힘듭니다.”라는
아주 인간적인 고백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누군가 신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믿음을 판단하기보다
그 마음의 무게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 사람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간절했을까..
신을 향한 간절한 믿음은,
결국 삶이 무너질 듯 위태롭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신은 늘 멀리 있는 존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신은 우리가 견딘 아픔의 크기만큼 가까운 곳에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기도로,
누군가는 침묵으로,
또 누군가는 글을 쓰며 신을 향해 다가갑니다.
각자의 방식은 다르지만,
그 마음속엔 공통된 진심이 깃들어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붙잡아 주세요.”
그 말 속엔 눈물이 있고,
그 눈물 속엔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고통의 순간 신을 찾는 마음만큼은 모두 닮아 있습니다.
신의 이름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 해도,
그 본질은 결국 같습니다.
신을 믿는다는 건
단지 초월적인 존재를 향한 믿음이 아니라,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스스로 품는 일입니다.
그 희망이 가슴 안에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다시 걸어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신을 믿는다는 것이 가진 가장 깊고 따뜻한 의미입니다.
(작가의 말)
이 글은 누군가의 종교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삶의 가장 고요한 시기에
‘나를 일으켜줄 무언가’를 찾고 있는 이들을 위한 글입니다.
혹시 지금 당신도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이 글이 당신 마음에 조용한 등불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기억해 주세요.
신을 찾고 있다는 건,
당신 안에 여전히 희망이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