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그림자가 깨어나는 시간]
깊은 밤, 세상 모든 소리가 잠들고
어둠이 숨을 고르듯 천천히 방 안을 채운다.
정적은 얇은 실처럼 길게 늘어져
나의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꿈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어딘가 무너지는 듯한 그림자,
잔상으로만 남은 검은 의식의 기억들..
기억은 흐릿하지만
식은땀만은 뚜렷하게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다.
무엇이었는지 묻기 전에
내 몸이 먼저 현실로 뛰쳐나오는 밤.
나는 조용히 옷을 걸쳐 입고
아파트 단지 앞으로 내려간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담배 연기 한 모금이 내 안쪽으로 번지면,
금방 전까지 나를 흔들던 꿈은 안개처럼 멀리 흩어져 버린다.
“대체 어떤 꿈이었을까…”
손에 닿을 듯 아득히 일렁이지만
기억의 조각들은
붙잡으려 할수록 더 깊이 스며드는 어둠처럼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간다.
그러다 새벽의 첫 숨결이
천천히 어둠을 밀어낼 무렵,
오래전 마음의 구석에 웅크려 있던 기억들이
어둠보다 더 조용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그 이름을 부르는 듯한 속삭임이 내 안에서 천천히 깨어난다.
아직 빛이 오지 않은 새벽녘,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그 적막 속에서
나는 마음의 깊은 자리로 잠시 내려앉는다.
묵직한 감정들이 물속처럼 출렁거리고
나는 그 물결 사이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며 시간을 건넌다.
어둠이 빛으로 넘어서려는 그 순간,
가슴 깊숙이 묻어두었던 오래된 상처들이
슬며시 표면으로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그 상처들을 바라보듯 묻는다.
“무엇이 너를 그렇게 힘들게 했니…”
대답은 없지만,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나는 조금씩 마음의 진실에 다가가는 듯하다.
어둠과 새벽의 경계,
그 미묘한 틈을 지나며
흐르는 감정들을 글로 담아보니 알 것 같다.
반복되는 밤과 새벽의 교차 속에서도
다시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
그 단순하고 조용한 기적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 있다는
가장 온전한 행복인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 우풍 정영일 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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