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눈물이 주룩주룩]
살다 보면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때가 있고,
또 너무 고달파서
조용히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기쁨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은
분명 다르다.
온도도 다르고,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방향도 다르다.
문득,
아주 짧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기쁨의 순간들을
하나씩 더듬어 본다.
내 인생의 2막은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
조용히 막을 올렸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부부가 되었던 날,
아내가 첫 임신 소식을 전해주던 순간,
그리고 첫 아이가
세상에 나와 처음 울음을 터뜨리던 날.
첫 차를 사서
괜히 몇 번이나 세차를 하던 기억,
가족과 함께 떠났던
첫 해외여행의 설렘,
전셋집을 벗어나
처음 내 이름으로 아파트를 장만했을 때의
그 묘한 안도감.
첫 딸이 대학을 졸업하던 날,
결혼 30주년을 맞이하던 순간,
왕성하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라는 이름의
작은 쉼표를 찍던 날.
그리고 올해,
작가의 길로 들어선 날과
최근에 시작한 새로운 도전들까지.
지나온 여정을 돌아보니
짧지만 분명한 기쁨으로
마음이 승화되는 순간,
기쁨의 눈물이 조용히 흘렀다.
아무 말 없이도 편안한 얼굴로
아내와 마주 앉아
맥주 한 잔과 함께
근사한 저녁을 나누던 시간까지.
돌이켜보면
기쁨은 늘 잠깐이었다.
눈물이 날 만큼 기뻤던 순간은
손에 꼽을 정도로
짧고도 소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짧은 순간들이
내 인생을 버티게 해준 힘이 되었고,
나를 여기까지
묵묵히 데려다주었다.
기쁨의 눈물을 떠올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참 고되었지만,
그래도 잘 살아왔구나.”
그래서 나는
과거의 나에게
조용히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
잘 견뎌주었고,
충분히 애썼다고.
이제 인생의 3막이
서서히 막을 올린다.
언젠가 노후의 어느 날,
차 한 잔 곁에 두고
오늘 쓴 이 글을
천천히 다시 읽게 될 시간도
분명 오겠지.
요즘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인생의 황금기는
어쩌면
65세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그래서 더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조금 더 진중하게,
조금 더 천천히,
그러나 더 먼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려 한다.
기쁨의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던
그 순간들을
가슴 깊이 품은 채로..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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