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atermelon Oct 21. 2024

부사수 S의 첫 발표

한 광고대행사의 사원대리 AE교육 발표

우리 회사에서는 사원대리 AE를 대상으로 2주일에 한 번 전사교육이 있다.

처음 한 시간은 팀장님들께서 돌아가면서 강의를 하고, 그다음 한 시간은 사원대리들이 돌아가면서 발표를 한다. 발표의 주제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최근 광고 캠페인을 분석하고 더 나은 캠페인을 제안하는 것.

나와 함께 일하는 S 사원도 이 발표를 했다.


S의 발표 전날.

6시가 지나, 아직 끝나지 않는 ppt 덱을 만지고 있는 그에게, 우리 팀은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


KFC 버거를 다들 한 손에 들고 쩝쩝거리며,

S 사원의 모니터 뒤에 앉았다.

S 사원이 ppt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줄줄 써 내려간 워드를 스크롤하며, 자신의 전략을 설명할 때

우린 아랑곳하지 않고 버거를 먹고, 사이다를 호로록 넘기고, 코울슬로우를 찹찹대었다.

올림픽 시즌이라서 그런가? 우리나라 양궁선수들이 한다는 소음 트레이닝 같았다.


그렇게 S 사원의 전략 설명이 끝나자,

우린 회의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의견을 전달했다.


선배로서의 피드백과 S 사원의 자립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몇 마디들.

결국 이 발표를 스스로 끝내야 하는 것은 S 사원이고, 이제 만 하루도 남지 않은 마감 시간.

그래서 이 시점에 전하는 피드백은 서로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다음날.

떨리는 목소리를 다독이며, 평소보다 느리게 차분하게 S 사원이 발표를 했다.

발표가 1/3 정도 진행되었을 때 직감했다.

우리가 한 피드백을 다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발표를 하겠구나.

S 사원이 가지고 온 주장이 꼭 맞는 전략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기준과 논리를 팩트로 뒷받침해 알알이 잘 꿰어왔구나.


마침, 이날 평가자는 우리 회사 AE 팀장 중 가장 논리적인 전략을 잘 펼치기로 인정받는 팀장님이었다.

나도 함께 일해본 팀장님.

난 확신할 수 있었다.

그 팀장님이 이례적으로 이 발표에 호평을 할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미소를 주체할 수 없었다.

아니, 피식피식 웃었다.


좋아서.

S 사원이 멋있어서.

S 사원이 생각보다 너무 잘해서.

이전 26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디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