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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termelon Oct 17. 2024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디님

광고회사 피디의 역량, 그리고 그와 함께 일하는 기획의 역량

우리 회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디님은 D 피디님이다.

성함이 D로 시작해서가 아니고,

별명이 Dragon인 D 피디님.


사실, D 피디님은 기획팀에게 별로 인기가 없다.

특히, 기획팀 막내들에게 인기가 없다.


D 피디님은 피디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인 '꼼꼼함'이 부족한 사람이다.

일정 관리, 견적 관리가 아쉬운 편이며,

종종 캠페인이 끝나고 광고주 청구가 다 끝났는데

뒤늦게 정산되지 않은 외주비가 발견되어 많은 기획들을 곤란하게 한 내력이 있다.


그런데, 말했듯이 D 피디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디님이다.


난 그의 현장 장악력과

능글능글한 커뮤니케이션이 좋다.

까다로운 감독도, 날카로운 모델도 한 컷 더 찍게 만드는 능청스러움과

기획팀 없이 광고주와 둘이 점심식사를 하게 될지라도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 믿음직스러움

어려운 네고를 부탁해도 통 크게 협의해 오는 그 시원시원함

그게 좋다.


꼼꼼함?

난 사실, 그에게 꼼꼼함이 필요했던 적이 없다.

내가 가진 다양한 역량 중, 가장 뛰어난 역량이 꼼꼼함이기 때문

대신, 그의 융통성과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커뮤니케이션은 내가 부족한 부분이다.

그래서 난 D 피디님이 좋다.


내가 잘하는 것을 잘할 또 다른 사람보다

내가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것을

너무나 쉽게, 편하게, 웃으면서 좋아하면서 할 수 있는 사람


답답하거나, 어이없을 수도 있긴 하다.

나라면 절대 놓치지 않을 외주비를 뒤늦게 슬쩍 가지고 와서도 크게 미안해하지 않는 그.

일정관리가 안돼서, 시사나 출고 직전에 갑자기 하루이틀이 더 필요하다고 하는 그.


그런데, 사실 이런 것들을 미리 예상하고 챙기는 것은 나에겐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다.

외주비가 다 들어왔는지 더블체크하고, 누락되기 쉬운 항목은 미리 물어보는 것,

미리 일정을 넉넉하게 확보하거나, 중간중간 일정을 체크 하는 것,

나에겐 크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을 내가 챙기고

대신, D 피디님의 뛰어난 역량에 내가 기댄다.


그래서 난 D 피디님이 좋다.

그도 나와 일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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