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atermelon
Oct 21. 2024
부사수 S의 첫 발표
한 광고대행사의 사원대리 AE교육 발표
우리 회사에서는 사원대리 AE를 대상으로 2주일에 한 번 전사교육이 있다.
처음 한 시간은 팀장님들께서 돌아가면서 강의를 하고, 그다음 한 시간은 사원대리들이 돌아가면서 발표를 한다. 발표의 주제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최근 광고 캠페인을 분석하고 더 나은 캠페인을 제안하는 것.
나와 함께 일하는 S 사원도 이 발표를 했다.
S의 발표 전날.
6시가 지나, 아직 끝나지 않는 ppt 덱을 만지고 있는 그에게, 우리 팀은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
KFC 버거를 다들 한 손에 들고 쩝쩝거리며,
S 사원의 모니터 뒤에 앉았다.
S 사원이 ppt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줄줄 써 내려간 워드를 스크롤하며, 자신의 전략을 설명할 때
우린 아랑곳하지 않고 버거를 먹고, 사이다를 호로록 넘기고, 코울슬로우를 찹찹대었다.
올림픽 시즌이라서 그런가? 우리나라 양궁선수들이 한다는 소음 트레이닝 같았다.
그렇게 S 사원의 전략 설명이 끝나자,
우린 회의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의견을 전달했다.
선배로서의 피드백과 S 사원의 자립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몇 마디들.
결국 이 발표를 스스로 끝내야 하는 것은 S 사원이고, 이제 만 하루도 남지 않은 마감 시간.
그래서 이 시점에 전하는 피드백은 서로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다음날.
떨리는 목소리를 다독이며, 평소보다 느리게 차분하게 S 사원이 발표를 했다.
발표가 1/3 정도 진행되었을 때 직감했다.
우리가 한 피드백을 다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발표를 하겠구나.
S 사원이 가지고 온 주장이 꼭 맞는 전략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기준과 논리를 팩트로 뒷받침해 알알이 잘 꿰어왔구나.
마침, 이날 평가자는 우리 회사 AE 팀장 중 가장 논리적인 전략을 잘 펼치기로 인정받는 팀장님이었다.
나도 함께 일해본 팀장님.
난 확신할 수 있었다.
그 팀장님이 이례적으로 이 발표에 호평을 할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미소를 주체할 수 없었다.
아니, 피식피식 웃었다.
좋아서.
S 사원이 멋있어서.
S 사원이 생각보다 너무 잘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