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atermelon
Sep 26. 2024
침묵이 주는 위로
클라이언트가 보상을 요구하다
내가 담당하는 클라이언트 컴플레인을 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한 총 3가지 실수를 조목조목 들며, 유감이라고 표하며 보상을 요구했다.
쓰리아웃.
메일을 받고, 난 너무 두려웠다.
직접적인 실수와 잘못은 매체팀이 한 건이었지만,
결국 클라이언트와 관계를 쌓고, 이 모든 일을 제안하고 보고하고 매니징 한 건 나니까.
내가 클라이언트와 라포를 잘 쌓았다면, 같은 실수로도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음이니까.
나의 아 다르고 어 다름이, 클라이언트의 반응을 다르게 이끌어 낼 수도 있었음이니까.
팀장님은, 이날 나를 혼내지 않는 것을 선택하셨다.
그 이유는 정확하게 모른다.
본인을 자책했을 수도 있고
나에 대해 너무 크게 실망해 말조차 섞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만, 난 그 선택이 나에 대한 배려였다고 믿고 싶다.
난 그의 선택에
그의 침묵에
위로받았기 때문에.
평소에 내가 이슈가 있다며, 같이 12층 수석님들을 만나러 가자고 해도 귀찮아하던 그가,
끝끝내 나를 혼자 보내 해결하게 했던 그가
나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혼자 쓱 12층에 올라가서 유관부서 다 만나고, 보상안을 다 협의해 왔다.
그리고 나에게 담백하게 협의된 보상안의 결과만 공유해 줬다.
내가 못했다고, 나의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되었다고, 내가 실수했다는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고생했다고, 보상안이 협의되었으니 너무 마음 쓰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침묵이
그 공백이
나에게는 어떠한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