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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melon
Sep 30. 2024
마케터의 잘못된 질문
20명 내외의 작은 회사의 유일한 마케터가 집중해야 할 과제
20명 내외의 작은 회사에서 홀로 마케팅을 하는 H와 주말에 만났다.
H가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마케팅 담당자가 따로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케팅 담당자가 해야 할 일들은 조금씩 나눠서 다른 파트에서 했었고, 그럼에도 광고 돌리면 바로바로 매출이 발생했다고 했다. 제품의 힘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제대로 마케팅을 시작하고 싶다는 대표님의 결정에, H가 입사하게 되었고, H는 대표님과 함께 직접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H가 무엇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말에 친구인 나를 만나, 홍보마케팅에 대해 폭풍질문을 했다.
더 잘하고 싶고, 더 성장하고 싶어 하는 H에게 나도 내가 아는 것을 진심으로 답변했다.
우선 H의 질문들에 답변을 했다.
"광고를 돌려서, 고객들이 홈페이지에 들어오고 제품을 구매하면, 어디서 광고를 보고 왔는지 알 수 있어?"
그럼 당연하지. utm이라고, 일종의 식별표를 광고에 붙이면 인스타 광고인지, 유튜브 광고인지 구별할 수 있고 광고 소재가 여러 개이면, A 안인지 B 안인지도 구별할 수 있어.
"대행사가 우리가 소재가 너무 많아서 구별해 줄 수 없대"
귀찮긴 하지만, 하려면 다 할 수 있는데. 이상하네.
"대표님이 메타광고를 계속 집행해야 할지 고민이시래. 효율이 떨어졌거든. 근데 메타 말고 뭐가 있지?"
"클릭률은 어느 정도 나와야 나쁘지 않은 거야?"
그런데, 질문에 하나씩 답하면 답할수록 내가 질문이 생겼다.
"근데, 소재가 왜 많아? 다 할인 광고 아니야?"
응 다 할인 광고인데, 들어가는 제품이미지가 달라.
"할인 광고 말고 다른 메시지는 해본 적 있어?"
아니
"대행사가 소재별 효율을 공유 안 해주는데, 그럼 뭘 기준으로 다음 소재를 또 만들어?"
글쎄
"클릭률 기준은 타깃별로 카테고리별로 다 다른데. 지금 세팅되어 있는 타깃들이 뭐야?"
특별히 대행사랑 이야기한 것이 없는데, 우리 홈페이지에 들어왔던 사람들 데이터는 넘겼어.
"그럼 리타겟팅만 하고 있는 거야? 신규 고객 창출은?"
글쎄. 대행사가 맨날 모수가 부족하대.
"모수가 부족하다고? 너희 브랜드 모르는 사람이 더 많잖아. 모수가 부족할 수가 없는데?"
그렇게 한참 질문을 하고 나니,
내 친구 H가 잘못된 질문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질문했다.
"그럼 너희 브랜드 구매한 고객들은 왜 구매한 것 같은데?"
"뭐가 좋아서 재구매했대?"
"너희 대표님, 대표님이 이 제품 처음에 만든 거지? 왜 만드셨대? 누구에게 팔고 싶었대?"
"이거 직접 만드는 거야? 아니면 사입이야? 담당 PM은 왜 이렇게 만들었대? 뭐에 신경 썼대? 뭐가 핵심 기술이야?"
"CS는? 고객센터에는 어떤 문의가 들어오는데? 고객들이 상세페이지를 보고 더 추가로 궁금해하는 것이 뭐야? 반품 신청하는 사람들은 왜 반품하고 싶대?"
"후기는? 너희 홈페이지에 올라온 후기들은 다 읽어봤어? 종류별로 분류해 봤어?"
글쎄.
음... 우리 디자이너가 만든 뭔 북? 그런 게 있긴 한데.
그럼 출근하면 그것부터 읽어봐.
그리고 고객 후기 다 읽고.
어제 고객 대상으로 클래스 했다며, 거기 참석한 사람들에게 감사 문자 보내면서 3만 원 쿠폰 같은 거 주고 설문에 참여해 달라고 해. 왜 제품 구매했고, 왜 굳이 클래스까지 신청해서 왔는지 물어봐.
그리고 직원 17명이라며, 물어봐.
PM에게는 제품을 만들 때 뭘 가장 고민하는지, 뭐가 가장 중요한지.
CS에게는 어떤 고객이 자기를 가장 귀찮게 했는지. 아니면 감동적인 후기를 남긴 고객은 없었는지.
상품페이지 디자이너에게는 왜 상품 설명을 그렇게 했는지, 왜 사진을 그렇게 찍었는지.
"귀찮아하면 어떡해? 안 그래도 마케터 없이 일했던 사람들이라, 내가 쑤시고 다닌 다고 생각하더라고"
17명이잖아. 17번의 기회가 있는 거야. 방어적으로 나오는 사람은 스킵하고 다음 사람에게 물어봐.
그리고 이제 어떤 매체에 광고를 틀지, 배너 색상을 뭐로 할지는 고민하지 마.
utm 이런 거 달면서 데이터 뜯어보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건 다 대행사에게 맡겨.
그리고 넌 앞으로 딱 이것만 해.
제품이 팔리는 이유 딱 2가지, 제품력 1개, 그리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 1개. 이걸 찾아.
가설을 세우라는 말이야.
틀릴 수도 있어.
일단 가설로 딱 2개를 골라.
그리고 그걸 대행사에게 브리프 해서, 이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짜오라고 해.
이 두 가지 메시지가 가장 잘 전달될 수 있는 광고물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그게 가장 잘 먹힐 타깃에게 매체 집행해 달라고 해.
그리고 그렇게 한 바퀴 캠페인 집행하고 나서, 객관적으로 그 가설이 맞았는지 판단해.
그리고 그다음에는 캠페인 돌린 대행사랑 같이 그다음 가설을 세워.
그리고 이걸 계속 반복하는 거야.
...
친구가 아무 말이 없었다.
침묵 후에 한 마디
"재미있겠네"
우린 한 달 뒤에 다시 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H와의 다음 약속이 기대된다.